집에서 직선거리로 1Km 정도의 대숲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 2개가 있다. 바위 위에 또 하나의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아 마치 바위 하나가 허공에 떠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뜬 바위. 선사시대에 인위적으로 축조했을 거석문화의 한 모습일 것이다.
예전에는 주변에 괴이한 형상들을 한 바위들이 여럿 있었는데 석재 개발 붐을 타고 모두 사라지고 이 뜬바위만 남았다고. 이 덩치 큰 바위에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지 건들게 되면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주민들 얘기 때문에 뜬바위만큼은 수난을 면했다고. 조성 당시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 굴림용 통나무와 밧줄을 이용해서 멀리서 끌어 오고 흙을 쌓아가며 하나의 커다란 받침석 위에 이렇듯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았을 것이다.
내 눈으로는 영주 부석사의 뜬바위보다 그 형태가 확실한 것 같다. 영주 부석(浮石)은 의상과 선묘의 설화로 의미가 부여되어 사람들에게 많이 각인되어 있지만 내 고향 여기 이 뜬바위에도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법 한데 퇴색한 안내판에는 그 옛날 이곳 미륵산에서 살던 힘센 장수가 들어서 올렸다는 조금 평이한 사연뿐. 누가 만들어 냈는지 아무래도 어딘가 좀 궁색하다.
설 쇠러 온 손주와 주변 산책에 나섰지만 녀석의 눈에는 그저 큰 돌덩어리로 보일 따름일 것이다. 특별한 형태도 없는 데다 허공에 떠 있지도 않으면서 왜 뜬바위라고 할까... 이런저런 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녀석은 옆에서 자라고 있는 대나무를 매만지는 게 더 재미있는 모양이다.
내가 기대어 살고 있는 미륵산에는 석재가 풍부하다. 이름이 난 미륵사지 석탑도 근처에 돌이 많아 축조가 수월했을 것이다. 내 집의 마당 흙이 대부분 마사토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땅을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암반층이어서 소나무와 밤나무 같은 나무류를 제외하곤 성장을 잘 이루지 못하는 편이다. 텃밭을 일구거나 꽃밭을 조성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나 해마다 거름을 부어 좋은 흙으로 만들어 가는 재미와 보람이 있다. 다만 이왕에 이곳 미륵산에 기대어 살고 있으니 몇 군데에 적당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바위들이 있어 심어진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
그 옛날 어떤 믿음이 있어 뜬바위를 만들어 무엇인가 기원 헸을 것이듯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에 사는 나도 거기에 작은 소망 하나를 더해 본다. 소소한 일상에 결국 잘 살게 해 달라는 소시민의 바람일진대.
- 2022-1.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