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잔디밭 잡초

소나무 01 2022. 2. 12. 18:11

'잡초는 없다'라고 한 책 저자의 생각이 옳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존재라 할지라도 나에게 필요한 것이면 이미 잡초가 아니다. 집 잔디밭에 여러 종류의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잔디를 중심으로 보면 잡초라 할 수 있겠지만 독립된 개체로 보면 분명 유용한 야생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져버린 '점나도 나물'이란 풀이 그럴 수 있으려나. 어떤 이들은 농약을 해서 빨리 잡으라고 성화이고 어떤 이는 약품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농약을 쏴 아악 뿌리면 깨끗이 제거된다면서 권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약을 뿌리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다. 

황새냉이나 새포아플, 제비꽃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대개 두세 달 정도 살다가 사라지므로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많이도 번졌던 민들레는 봄부터 초겨울까지 꽃을 피우며 매우 빠른 속도로 번지는 바람에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일일이 제거했었다. 그냥 방치하면 그대로 민들레 밭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요즘 점나도 나물을 제거할 일이 생겼다. 좀 엉뚱한 이유일 수 있겠으나 그것은 닭 사료 때문이다. 한 여름과 ㄵ가을 까지는 왕고들빼기와 배춧잎을 주로 먹이로 공급할 수 있었으나 겨울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양지바른 곳에 자라고 있던 소리쟁이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으나 그것도 동이 나고.

 

뭐가 없을까 하던 차에 이 점나도 나물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다. 하여 잔디밭 보호도 하고 닭 사료도 쓸 겸 하루에 한 바구니 정도 캐거나 뜯고 있다. 잡초를 뽑는다는 생각이면 피곤하고 짜증 날 수도 있을텐테 닭 사료를 얻는다 생각하니 오히려 재미가 있다. 이런 걸 보고 일거양득이라고 하는 건가.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배합사료와 함께 나름 신선한 푸른 잎을 먹을 수 있기에 닭들이 좋아한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어 건강식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한 번 된장국에 넣어 먹어볼까 했는데 냉이처럼 친숙하지 않아 포기했다. 예전에 역시 주변에 흔한 '별꽃 나물'을 된장국으로 끓여 먹어 본 일이 있는데 그때처럼 별미라고 하기엔 아닐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 2022. 2.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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