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닥나무 꽃이다. 닥나무이긴 하되 가지가 3개로 뻗어 나온다는 의미의 삼지(三枝) 닥나무. 그 삼지닥나무에 핀 꽃을 처음 보는 순간 그 아름다운 자태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뭉쳐 아래로 향해 피었는데 작은 꽃들이 앙증맞으면서도 꽃자루에 난 하얀 솜털이 오래전 설악산에서 봤던 에델바이스처럼 품격이 있었다. 만지면 마치 기모옷감처럼 매우 부드러울 것 같았다.
지난해 봄, 집 안의 양지바른 곳에 심었었다.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수소문하다가 전주에 있는 한 농원과 연이 닿았다. 내가 직접 가려했는데 재배업을 하는 주인이 내가 살고 있는 방향으로 갈 일이 있으니 직접 실어 다 주겠단다. 1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나무였는데 싹이 죽어있는 메마른 가지 형태였다. 지난겨울이 많이 추워서 순이 얼었다며 날이 따듯해지면 순이 새로 나오고 또 땅 속에서 새로운 가지들이 나올 테니 걱정 말라고. 나름 정성 들여 키웠더니 다시 순이 돋고 잎이 많아지면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리하여 겨울을 난 후 올 봄 내 집에서 처음 피운 꽃.
난대성 식물이라서 추위에 조심해야 했지만 비닐집 같은 보호 설비를 하지 않았는데도 밑에서 잔 가지가 많이 나왔고 가지 끝마다 새 순이 나왔다. 아마 내년쯤 포기나누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전주에 있는 한 전통문화 관련 시설에서 일을 할 때 그 곳 건물 주변에 이 삼지닥나무가 여러 그루 심어져 있었다. 주로 일본에서 재배되는 품종이며 고급 화선지를 만들 때 이용된다고. 어느 봄날에 핀 노란 꽃이 참 보기 좋았고 향 또한 은은하여 근무 중에도 쨤을 내어 살펴보곤 하던 꽃이었다.
내 집 나무들에는 나와 관련된 추억이 많다. 이 삼지닥나무 역시 예전의 기억들을 위해 구해 심고 싶었지만 나무시장이나 전문 종묘업체에 존재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한지 생산을 위해 전문적으로 육묘를 하는 농원과 연결될 수 있어 어쩌면 행운이었던 것. 우리의 닥나무도 언젠가는 구해 심을 생각이다. 내가 경험했던 한지 관련 일들이 떠올려지겠지만 거기에는 내 어렸을 적 집 윗 밭에 자라던 닥나무를 꺾어 껍질을 벗겨서 팽이채를 만들어 놀던 추억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 그 가지를 부러뜨릴 때 '딱-'하는 소리가 났었던가? 딱- 소리가 나서 닥나무라 이름 붙여졌다는데...
- 2021. 4. 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