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리.
무슨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외국어 아닐까 생각했지만 순순한 우리말이다. 남부지방(순천 인근)에 주로 자생한다는데 십오리마다 피어 있어 십오리란 이름이 붙었다가 시오리→히어리로 부르게 되었다는 사연이 있다.
꽃이름이 독특한데다 봄에 일찍 피는 꽃이라 해서 집을 지은 당시 15년 전에 사다 심었는데 사실 그동안 음지에 방치하고 있었다. 해가 거듭되어도 나무가 한 해 단 1Cm도 자라지 않는 것 같아서 토양이 안 맞아서 그렇겠지 하며 아예 무신경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지난 해 여름 남쪽 울타리 쪽으로 옮겨 심으며 고사해도 할 수 없다고 역시 방치했는데 가을에 보니 키가 20Cm 정도나 커져 있는 것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나의 잘못을 반성하며 부랴부랴 거름을 주는 등 정을 쏟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새 봄에 가지 끝으로 보올록 움이 돋기 시작하는데 지금 껏 봐 왔던 나무 순이 아니었다.
오오, 그래 꽃이 피는구나. 환호했다.
이삭처럼 밑으로 내려 초롱 모양을 하며 피는데 이것은 밑에서 올려다 보며 찍은 모습이다. 마치 어머니 꽃송이 하나가 예닐곱 개의 아기 꽃을 품고있는 형상으로 집에 있는 풍년화나 영춘화, 매화처럼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봄을 가장 먼저 알려 준다.
15년 만에 귀하게 핀 꽃. 올 해 좀 더 관심을 갖고 키우면 무럭 무럭 성장해서 내년엔 더 많은 꽃을 피워 기쁨을 주리라.
- 2020. 3.17(화)
* 닷새 정도가 지난 3.22일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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