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묘목을 구입해 심은 지 15년이 훌쩍 넘었건만 마사토 성분의 겉흙을 제거하면 바로 암반층이어서 그동안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기품 있어 보이는 꽃을 봐야겠다 싶어 여기저기 나눠 심었는데 그동안 그저 근근이 생명을 유지해 온 수준.
어느 날 소나무에 담쟁이가 기어 오른 것을 보고 저기에 능소화를 올렸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옮겨 심었지만 그 후 수년 동안 뿌리를 내리지 못한 듯 서너 뼘 정도의 키 작은 그대로였다. 또 다른 곳은 건조한 땅 때문에 말라죽기도 하고.
그런데 지난 해 부터 갑자기 성장세를 보이더니만 올해는 그 줄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올라간다. 대략 20 여 m를 올라간 듯싶다. 감탄.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저렇게 해서 꽃이라도 피는 걸까 여겼는데 웬걸 그 높은 곳에서도 꽃이 줄기차게 피는 것이었다.
소나무와의 조화가 맞는 지 모르겠고 공생이 가능할까 싶은 염려도 없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둘 다 잘 자라고 있다. 멀리에서 희한하다 생각하며 신기하다는 듯 올려다보는 재미가 있다.
바로 옆의 밤나무 줄기에도 안정적인 세력을 확보해 여러 송이가 피었다. 둘러 보면 언덕에도 차고에도 꽃이 보인다. 이 녀석은 번식력이 대단해서 잘도 뻗어 나간다. 잘 성장 하지 못해서 그렇지.
아쉽다면 생명력이 짧다는 것. 마치 동백꽃 그것처럼 꽃이 통채로 떨어진다. 하기에 추하지가 않다. 이런 상태에서라도 좀 더 오래 볼 수는 없을까.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때가 되면 사라져야 하는 게 자연의 이치요 모든 생명체의 운명인 것을. 예전에는 거의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제 노년기가 된 나에게도. 나에게도...
- 2022. 7.2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