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이 지나가고 입추도 지났다. 곧 처서이니 지금의 더위는 오는 가을을 앙탈한다는 느낌. 아직 햇볕이 따가우나 일할만하다. 장마 또한 유례없이 길어 그동안 방관했더니 텃밭에 풀들이 무성하여 심난했으나 일단 시작하기로. 이미 뿌리가 깊어 작업하기 쉽지 않았지만 모두 걷어 내다.
그동안 낙엽과 함께 섞어서 묵혀두었던 닭똥을 거름으로 사용하기로 하다. 밭에 뿌리기 전에 다시 한번 잘 섞어주고.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구입한 계분과 포장퇴비만을 사용했었으나 올가을엔 내가 만든 거름만을 사용해 보기로.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계분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 같았다. 한 삽 한 삽... 배추와 무, 마늘을 심을 밭에 고루 뿌려 주다.
아궁이에 많이 쌓여있던 재들도 퍼 내어 밭에 섞어 주다. 주변에서 토양살충제를 권하지만 가능한 대로 농약상 출입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터라 나름 차연친화적인 농사 방법을 흉내 내어보고 있다. 병충해 피해가 있고 수확량이 떨어져도 내 집에서 쓰기에 충분하니 무리하지 않음이 좋을 듯. 재는 거름도 되고 살충 효과도 있다던데 아직 모르겠다. 그냥 좋겠거니 하며...
밭엔 아직 가지와 고추, 오이가 남아있어 나머지 빈 곳의 밭 꾸미는 일을 일단 마무리하다. 오이 같은 경우는 심었던 씨앗들이 모두 발아하여 양이 늘어나는 바람에 오이가 참으로 많이 열렸다. 아내는 오이값 비싼 편인데 장사해도 되겠다 반기며 날마다 오이 냉국을 맛있게 만들어 주다. 두루 고마운지고.
아내가 올해 배추 열 포기만 심자 해서 약간의 플러스 알파하기로. 그리고 무 씨앗도 역시 조금만 파종할 생각이다. 무 씨 앗은 아직 많이 냉장 보관되어 있는데 3년을 묵혔던지라 이번에는 다시 씨앗을 구입해야 될 모양이다. 100 립 정도만 파는 것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게 없으니...
노동의 결과물로 밭 한쪽 켠에 모아둔 풀들이 산처럼 되었다. 한 2년 그대로 두고자 하니 잘 썩어서 좋은 거름이 되어 주기를.
하루 이틀쯤 쉬고 뒤란의 텃밭도 정리해야 되는데....
- 2023. 8.1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