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3천 원의 행복

소나무 01 2023. 3. 25. 12:07

해마다 찾아가는 산림조합 나무시장이지만 특별히 주목을 끄는 나무가 없었다.  대부분 내 집에 다 있는 나무들이거나 아니면 토질 때문에 심기에 적당치 않은 나무들. 그냥 돌아서기 뭣해서 몇 년 전부터 화분에 심겨 있는 홑동백(애기동백) 한 그루씩 사 오곤 한다. 지난해엔 1만 5천 원이었는데 올핸 2만 원이다. 그럴 줄 일았다.  다행히 집 울안에서 월동을 하고 꽃을 피우기에 해마다 한 주 씩 사다 심기로 마음먹었다.

 

 

동백 1주만 달랑 들고 나오기가 서운하여 그냥 적당한 1년 초 화분 하나 덤으로 구입하곤 했는데 올핸 빨간 꽃 아네모네. 3천 원이니 며칠 피었다 지더라도 좋을 듯싶었다. 3월 초순이었고 보니 집 마당에 아무런 꽃이 없는 삭막함을 그 하나로 다래보고자  했다.

마당에 옮겨 심었더니 새빨간 모습에 눈길이 절로 가고 꽃모양 또한 아름다워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양귀비처럼 꽃잎이 얇아 사나흘이면 저 꽃잎도 시들어버리겠거니 했는데 웬걸 열흘 이상을 버텨(?) 주는 것이었다. 보름쯤 지나서야 시들었다. 화무십일홍이지만 그 이상의 기대를 안겨 준 꽃. 그래서 행복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밑에서 꽃대가 조금씩 자라 오르더니만 어느새 그중 한 개가 곧 꽃봉오리를 터뜨릴 자세다. 정말이지 3천 원 그 이상의 기쁨이다. 처음 키워보는 것이라 가늠할 수 없지만 다음 달에도 예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월동도 가능해서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건 그런 품종이 아닌 것 같아 내 욕심인 듯. 그 옛날 이미자의 노래 이름으로만 알았던 아네모네, 그 철없던 시절에는 '알겠네 모르겠네'로 그냥 빈정거리기만 했던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이름이었지만 이젠 가까이 다가와  내 마음 안에 들어와 있는 정감 넘치는 꽃이 되었다.  

 

 

(이제 주변에 많은 꽃들이 피어났다. 아네모네와 비슷한 범주의 꽃들, 그동안 그냥 내 팽개쳐 버린 듯했던  17년이나 된 무스카리, 2가지 색의 히야신스가 지금 피어있고 지난해 같은 마음으로 사 와 심었던 이 크로커스는 이미 졌다.

그리고 아네모네와 함께 구입해 집 언덕에 심은 홑동백)

 

                                                                                                                                - 2023. 3.2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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