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오골계 사육

소나무 01 2023. 2. 3. 12:10

오골계를 여러 마리 사육하는 아랫집에서 2마리를 얻어 오다. 얼마 전 내가 키우는 백봉오골계 1마리가 매의 급습으로 죽임을 당하는 바람에 암탉 2마리만 남아 있어 두어 마리 구입해 키우려던 참이었다. 방사장에 내놓아도 그동안 사고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2번이나 피해를 당해 속이 상했다. 우리 안에 갇혀있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밖으로 풀어놓은 것이 매에게 먹잇감을 만들어 준 셈. 

 

아랫집에서 닭을 방사하며 수 십 마리를 키웠는데 그동안 매의 공격을 몇 번 당한 후 지금은 모두 가두어 사육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숫자가 많았다. 시장에 내놓을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이 키우는 바람에 사료비와 공력만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지인들이 방문하면 직접 잡아 요리해야 하는 등의-) 한편으론 애물단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기꺼이 나에게 건네준 게 이 암탉 2마리.

 

 

한 번 맛을 본 매는 불시에 다시 공격해 올 것이다. 평소 닭들은 공중에 큰 비행 물체가 나타나면 쏜살같이 닭장 안으로 피하곤 했으나 전광석화 같이 내리꽂는 매의 급습에 당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주인이 방사장 주변을 쉼 없이 경계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여 현재의 닭장을 어느 정도 확장하되 지붕을 덮어 씌워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다. 마음먹은 김에 서둘러 끝내겠다는 심사로 주변의 아까시나무를 잘라 지줏대를 세우고 각목을 몇 개 구입해 급조하다. 비닐망 여분이 많이 있어 작업을 쉽게 끝낼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매는 물론 족제비 같은 적으로부터 공격을 피할 수 있으리라. 낮에는 임시 공간에서 보내고 밤에는 철그물과 패널등으로 튼튼하게 만든 잠자리로 알아서 들어가니 이제 다시는 외부로부터의 피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매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백봉 세 녀석은 먹이 활동 외에는 줄곧 밀폐된 공간에 처박혀 지내는 시간이 많다.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저보다 덩치가 큰 아주 새까만 존재가 갑자기 투입되니 기존의 백봉오골계 3마리가  꽥꽥거리는  고성으로 놀라 피했다. 이놈들이 혹 우릴 잡아먹는 매과에 속하는 조류가 아닐까. 뭐 그런 경계심이었겠지.

합사 하루가 지나고.

예상했던 대로 이제 잘 어울려 먹이활동도 함께 하며 잘 지내는 모습이다. 그래 익숙해지면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그런데 가만히 지켜 보니 이젠 반대로 몸집이 제일 작은 백봉오골계 암탉 한 마리가 이사 온 오골계를 쪼아대는 게 아닌가. 어느새 서열이 잡힌 모양이다.

어떻든 암탉만 4마리가 되었으니 이제부터 하루에 한 두 개 정도의 선물을 부탁하기로. 내가 확률계산법은 모르니 어느 날 4개를 낳아주면 더 고맙지. 그러면 답례로 사료 더 잘 챙겨 줄 것이고.

나는 모두 5마리로 만족하며 더 이상의 합사는 없을테니 그렇게 우리 함께 잘 지내자고 녀석들과 무언의 교신을 하다.

 

                                                                                             - 2023. 2. 3(금)

     

 

 

 

'내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천 원의 행복  (0) 2023.03.25
목이버섯 발견  (2) 2023.02.24
땔감 준비  (0) 2023.01.12
둘레길 산책  (2) 2023.01.07
란타나 추억  (2)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