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다. 내 집에서도 목이버섯을 볼 수 있다니. 지난해 봄엔 영지버섯이 자라더니만 올핸 뜻밖의 목이버섯 발견이라니. 뒷산을 자주 오가면서 땔감 마련을 위해 고사목이 찾아보는 일상 속에 우연히 눈에 띈 것이다.
북쪽 생나무 울타리 주변에 우뚝 서 있던 개옻나무의 껍질이 벗겨져 가고 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접근하여 살펴보니 고사한 지 꽤 오래된 것 같았는데도 그동안 알지 못하고 있었다. 베어내야겠다 싶어 톱을 준비해 밑동 쪽으로 대려 하니 아니 그런데 눈에 익었던 버섯이 붙어있지 않는가. 대번에 목이버섯임을 알았다. 자라고 있는 현장에서는 한 번도 직접 본일이 없었지만 과거 중국 여행길에서 사 와 식용했던 것과 다름이 없어 쉽게 알 수 있었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주는 별미여서 즐겨 먹곤 했었다.
죽은 나무에서 자라는데 마치 귀 모양을 하고 있어 목이(木耳)란 이름이 붙여진 모양이다.
나무는 고사한 지 오래되어 물기 하나 없는데 여기에 붙어사는 것을 보면 대단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다. 아마 비가 오거나 안개가 짙게 깔리는 날에 조금씩 성장하는 모양이다. 나무 여기저기에 바싹 마른 상태로 제법 많이 붙어 자생하고 있다. 바위에 붙어사는 지의류(地衣類)도 수만 년을 산다 했으니 평소 물이 없어도 잘 견디는 모양이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작은 개체 여러 개가 있어서 나무를 베어 낸 상태 그대로 놔둬 보기로 했다.
제거한 고사목 바로 옆의 개옻나무. 짙은 회색빛을 띤다.
개옻나무는 한 여름철 잎 형태가 마치 남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아하는 나무지만 겨울이 되면 표피가 유독 짙은 회색으로로 변하여 고사한 것으로 오인되곤 했는데 이번의 고사목은 껍질이 벗겨져 마른 속살이 하얗게 들어 나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도심 가까운 산자락에 기대어 살고있지만 이번에 나타난 목이버섯은 내가 마치 깊은 산 청정지역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 터라 매우 반갑고 고맙다.
그러나 내 속인임을 어찌하랴. 얼마 후 적당한 기회가 되면 모조리 따서는 물에 불려 맛있게 먹겠다는 심산이 이미 깔려 있음을.
- 2023. 2.24(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