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닭 방사

소나무 01 2023. 6. 15. 12:46

지난겨울 백봉오골계가 매의 급습에 무참히 당하고 난 뒤  거듭 피해를 볼 수 없어 온통 그물막을 씌워 닭장을 좀 더 확장하는 것으로 방사장을 대신했다. 그래도 갇혀 지내는 것은 마찬가지.

그런데 봄이 되면서 그물 밖으로 새파랗게 풀이 자라는 것을 쳐다보는 녀석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물 밖 세상을 그저 바라만 보는 신세가 가여워 다시 방사의 기회를 줘야 되지 않나 싶었다.

그물로 울타리를 두르는 것은 가능한데 하늘 쪽까지 덮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 작업 자체가 힘든데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싶어 망설이기만 하다가.

 

 

 

그동안 소리쟁이나 개망초, 별꽃나물, 왕고들빼기 그리고 집에서 기르던 얼갈이 배추까지 수시로 뜯어 먹이로 주었으나 직접 풀밭에서 자유스럽게 먹이 활동을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계속되는 욕구.

결국은 비록 서너 평 정도의 좁은 공간이지만 방사의 기회를 만들어 주다.

풀 뜯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진즉 해줄 걸.

 

 

                                                                           구입 무렵  5주째 정도의 토종닭

 

여기에 몇 차례 닭 얘기를 했던 터라 특별할 게 없지만 갈색의 토종닭 얘기는 좀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난 2월, 아랫집에서 검은색 오골계 2마리를 얻어 와 모두 5마리를 기르게 되었고 날마다 알을 두세 개씩 얻을 수 있었지만 늘 "흑과 백"의 모습만 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토종닭 한 두 마리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하다가 결국 가까운 삼례 장터에서 4주째 되는 암탉 1마리를 샀다. 기른다는데 1마리는 좀 그렇지 않으냐고 파는 이가 의아해했지만 이미 사육하고 있는 것에 합사 할 테니 1 마리면 족하다며 7천 원의 값을 치르고.

알을 많이 기대하는 것이 아닌 데다 사료주기와 청소 등 부수되는 수고로움 때문에 1마리를 보태 모두 6마리로 확정. 백봉오골계 수컷 1마리가 새로 입사했던 오골계와 교미가 잘 이뤄지고 있어 토종닭도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해서  암탉 5 마리면 이제 되었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의 닭들이 텃세 때문이다. 특히 사료를 취할 때면 오골계 한 녀석이 새로 입사한 어린 토종닭을 쫓아다니며 쪼아대는 것이었다. 갈색의 토종닭은 그때마다 잔뜩 겁을 먹고는 닭장 구석 한쪽에 처박혀 꿈쩍을 하지 않았다. 따로 먹이를 챙겨 줘도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식음을 전폐한 듯한 처량한 모습으로 일관. 마치 "날 왜 여기로 데리고 와서 이다지 비참하게 만드는가"하는 원망의 표정.

결국 다음 장날에 나가 1마리를 더 구입하게 되다. 그랬더니 예상대로 달라졌다. 서로 의지가 되는지 계속 붙어 다니면서 조금씩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생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동화가 된 편이지만 아직도 오골계가 이따금 씩 텃세를 부리는 바람에 그때마다 도망 다니곤 한다. 그러나 예전처럼 공포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다가 슬쩍 다가와서 먹이를 함께 먹는다. 아직은 서열 최 하위지만 몸집이 많이 커졌다. 어느새 알을 낳을 시기가 된지라 머지않아 그동안의 설움을 딛고 역공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이제는 서로 잘 어울려 살아가길. 주인 잘 따르고..(이 녀석들은 주인이 먹이를 가지고 닭장에 들어 서면 일단 도망을 친다. 그런 다음 주인이 떠나면 슬금슬금 다가와 쪼아 먹는. 경계심 많은 오골계의 이 특성을 토종닭이 닮으면 안 되는데...)

 

아마 며칠 후 정도면 지금 나 있는 풀을 죄다 뜯어먹고 흙목욕을 하느라 땅을 파헤쳐 놓을 텐데 그때에는 다시 풀이 자랄 때까지 가둬 길러야 할 테고 또 매의 급습에 대비, 내가 근처에서 일하며 지켜줄 수 있을 정도의 시간 정도만 개방해주려 한다

 

 

 

                                                                                                  - 2023. 6.1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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