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수목원이 있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으나 갈 기회가 없었다. 평소 나무를 좋아하는지라 혼자 가서 진득하게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지인들과 함께 찾다. 홈피를 살펴보니 두세시간 정도를 돌아보는 게 정상적인 방문 코스인가 보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럴 순 없을 것 같아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하는 실내 수목원 정도만 살펴보고 일행과 함께 식사와 차 한 잔 마시며 돌아오리라 마음먹었다.
중앙의 보도 끝 부분 유리 건물이 사계절전시온실
평일을 택했으니 어느 정도 한산해서 좋았다. 입구에서 가까운 실내수목원에 맨 먼저 들어서다. 사계절전시온실이라 이름한 실내수목원은 우선 규모가 크다.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실 등 3개 온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중앙의 라운지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그중 음료수를 사 마실 수 있는 휴게시설이 제일 넓게 차지하고 있는 듯. 어떻든 전국최대 규모라는 데 온실 내부의 광장같은 이런 부속 시설까지를 포함하는 면적이라면 좀 민망할 수 도 있겠다는 느낌도.
실내에 수많은 식물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어 여타 온실수목원에 비해 여유롭다는 느낌이 들어지지 않아서 그런 걸까. 다만 온실 내부인데도 긴 수로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과 작은 폭포, 2층 관람계단 등의 시설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상쇄되는 듯. 규모에 걸맞게 에어컨과 가습용 살수장치까지 가동되고 있어 규모에 걸맞은 관리를 하고 있었다.
수목마다 이름표가 붙어있어 나무이름을 쉽게 알 수 있었으나 대부분 우리나라에 없는 수종들이고 보니 쉽게 외어지지 않아 낯설다. 평소 쉽게 볼 수 없었어던 생경한 줄기와 나뭇잎, 꽃등 그 생김새 등을 둘러볼 수 있어 흥미롭다. 하지만 가능한 대로 함께 이동해야 했기에 그 앞에서 오래 서있지 못하고 그야말로 일별만 하고 돌아서는 아쉬움.
야외에는 민속식물원, 한국전통정원, 생활정원 등 주제 별로 여러 형태의 정원들로 꾸며져 있다. 산책하듯 걸어다니며 돌아보려면 아닌 게 아니라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전체 넓이가 65ha, 20만 평쯤 되는 광활한 면적이다. 환산표를 두드려 보니 90개 정도의 축구장 면적이다. 4천 여 종에 170만 본이 심어져 있다고.
그런데 이제 개원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아 키 작은 나무들이 많고 듬성듬성 식재되어 있어 어딘가 삭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를테면 인공적인 냄새가 너무 짙어 자연미가 부족하다는 것. 천리포수목원처럼 어느 정도 우거진 형태의 수목원을 기대하려면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곳에서는 숲 속에 들어와 있어 하늘이 보이지 않아야 할 테고 요즘 같은 여름날이면 고목이 된 나무 그늘에 앉아 쉴 수도 있어야 할 텐데. 수목원 측에서 양산을 대여해 주고 있지만 사람들은 실내수목원에만 집중되어 있을 뿐 야외정원을 찾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나도 실내수목원으로만 만족하고 야외는 후일 혼자만의 다른 기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마간산 격일테지만 전동차로 모두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 졌다. 전기버스 투어로 이름 붙여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방문객이 많지 않아 탑승해도 된다는 가이드의 배려.
전동차는 대략 30여 분 동안 정해진 코스를 운행하며 중간 중간 가이드의 해설을 곁들였다. 특히 수목원의 피크는 꽃이 만개하는 5월이니 참고하라고.
둘러보는 동안 휴게시설을 갖춘 두 군데의 편의점이 있었으나 모두 개점휴업 상태여서 차 안에서 바라보자니 또 한 번 민망. 휴일이면 틀림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이고, 그리고 수목원 측의 야간 개방 행사 등으로 유지가 될 것이라는 짐작.
사진 가운데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드넓은 평지가 세종수목원이다.
돌아오는 길, 세종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나성동에 있는 45층으로. (같은 동네에 49층 카페도 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내려다보니 수목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운전하던 차 안에서도 느꼈지만 여기 이 장소에서도 도시가 참 쾌적하다는 인상. 계획도시이니 그러려니 했으면서도 그러나 시간이 경과할수록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나만의 감정일까.
새롭게 만들어진 것에는 쾌적과 삭막의 등식이 성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런 사람 저럼 사람, 이런 건물 저런 건물, 골목을 포함한 이런 길 저런 길... 그런 모습들이 정겨운 게 아닌지.
처음이거나 신기하게 보았던 수목원 나무들보다 거리와 건물에서 봤던 조금 허전한 느낌들이 보다 짙게 여운으로 남는 것 같았다.
- 2023. 6.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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