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예초기 재 구입

소나무 01 2023. 9. 10. 22:28

벌써 밤이 익어 벌레 먹은 밤송이들이 먼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집 언덕 위에 밤나무를 여러 그루 심었던 터라 수확량이 제법 많은 편인데 줍거나 털려면 나무 밑으로 들어 갈 수밖에. 그런데 그 밑으로 잡초들이 무성해 볼썽사납다. 한낮으로는 아직 햇살이 따갑지만 오늘은 제초작업 하기로.

 

 

 여름 한동안은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 처음에는 예초기라는 용어가 참 생소했고  예초기의 '예'자가 벨 예(刈) 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이제는 시골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예초기다.

처음엔 4 행정 엔진 예초기를 구입했는데 강력한 모터 소음과 함께 고속 회전하는 칼날에 사정없이 잘려 나가는 풀과 잔가지들을 보며 쾌감이 일었다. 하지만 어쩌다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대책이 없어 무조건 수리센터를 찾아야만 했던 불편. 특히 겨울철 장기간 보관 후 사용하게 되면 애를 먹었다.

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연료조절과 캬브레타, 플러그 점검 같은 것을 어깨너머로 익혀 나름 응급조치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떻든 시동을 걸 때마다 힘주어 끈을 잡아당기며 끙끙거려야 했는데 그래서 버튼만  누르면 되는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늘 있었고.

 

 

몸체만 별도 구매해 결합한 충전 예초기. 돌틈의 제초를 위해 나일론 끈이 있는 줄날로 바꿔 낀 모습

 

지금 작업에 사용하고 있는 예초기는 성능이 좋고 효율성이 있는 충전 예초기다. 

어느 날 아들 녀석이 작동이 쉬운 가벼운 충전 예초기를 사들고 차에 싣고 왔다. 배터리를 장착하고 스윗치만 누르면 자동이 되었으니 어찌나 편리한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들어 선 느낌. 그런데 고출력에 절삭력이 그런대로 좋았으나 제법 묵직한 모터가 작업봉 끝에 부착되어 있어 손과 팔에 적잖게 힘이 실렸다. 배터리도 무거웠다. 40V 짜리라서 한 번에 90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서가 있었으나 설마 그럴까 싶었다.

아무래도 익숙한 게 좋았다. 새 예초기는 방치한 채 엔진 예초기를 계속 사용하면서 아들 녀석에게 괜히 돈 들였다고 투덜거렸다.

그런데 호기심으로 충전 예초기를 간간히 사용하다 보니 생각이 바뀐다. 소음이 적은 데다 1시간 이상을 넘겨도 모터는 강하게 돌았다. 모터 뭉치 때문에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차츰 자유스럽게 다룰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이 보다 훨씬 무거운 엔진을 등에 짊어지지 않아도 됨이 특히 좋았다. 충전도 잘 되고 칼날과 줄날, 나사 등의 부속품 등이  엔진 예초기와 호환성이 있어 만족. 하여 그 후 부터는 엔진용이 방치되고 있었다.

 

 

                                                               봉과 봉사이의 연결 단자가 마모되어 교체했다.

 

그렇게 5년 정도를 잘 사용해 왔는데 작업봉 중간 연결 부분 단자의  접촉 불량으로 자주 작동이 멈추기 시작한다. 분해하여 살펴보니 단자가 마모되어 내 힘으로는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보급량의 한계가 있기에 가까운 면 소재지에는 수리해 주는 곳이 없다.

 

쓰지 않는 엔진예초기는 괜히 창고의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가끔 신세 지는 수리센터에 필요 없으니 쓰라고 줘 버린 탓에 지금의 충전용을 A/S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배터리 한쪽에 회사 이름이 있다. 추적 끝에 전주에 있는 대리점을 찾았더니 단자 수리는 안되고  배터리를 제외한 몸체 전체를 교체하란다. 흔하게 쓰는 전자 제품 같으면 서비스센터가 곳곳에 있어 이 정도면 쉽게 수리해 줄텐데  보아 하니 여기는 온갖 농기계류(주로 공구)를 취급하는 판매 위주의 개인 상점이다. 교체 비용은 20만 원.

단자 두 개만 갈아 끼우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질 못해 버려야 하는 몸체가 아까웠다. 물으니 배터리 비용만 14만 원이란다. 고출력의 리튬 이온 때문인지 요즘 저렴하게 나오는 웬만한 충전 예초기 한 두 대 값이다.

내가 2개를 갖고 있으니 배터리가 아까워서라도 몸체를 새로 구입해야만 했다. 

                                                                        사용 중 잔량 체크도 가능한 배터리이다

 

새로 구입한 몸체는 완전 버튼 식으로 단계 별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어 예전보다 작동이 편리하다. 진화된 장비다. 그런대로 값이 나가는 걸 구입했으니 비용을 생각하면 일을 만들어서 사용해야 되지 않나? 그렇지만 자주 사용하다가 이거 또 버튼이라도 고장이 나면 어쩌나 싶다.

앞으로는 예초기를 조심스럽게 다루되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인가? 그대의 나이도 있고 하니 무리하게 몸 놀리지 말라는 경각심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백로가 지났고 보니 풀 자람이 아무래도 조금 덜하다. 그래도 앞으로 서 너 차례는 더 사용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 2023. 9.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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