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부레옥잠 만개

소나무 01 2023. 10. 10. 17:54

날이 쌀쌀해졌는데도 부레옥잠 꽃이 만개했다. 좁은 연못 안이 그 때문에 환하다. 참 오래도 전에 꽃가게에서 1개 천 원 주고 구입한 것 같은데 어느새 많이도 퍼져 해마다 많은 꽃송이들을 피워 내며 주인에게 기쁨을 준다. 

 

 

부레옥잠은 열대 식물이라서 겨울이면 얼어 죽는다. 때문에 3개 정도만 건져 내서 실내에 보관해 뒀다가 이듬해 봄 다시 연못에 넣어주면 한여름 동안 엄청난 개체 수로 번식을 한다. 지금 이 많은 것들도 지난여름동안 번식한 것들이다.

TV로 동남아 지역의 호수나 강을 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수면을 완전히 덮어버린 이 부레옥잠을 보면서 참 대단한 번식력을 가진 식물이구나 했었는데 그걸 내가 집에서 경험하고 있다.

 

 

수생식물의 번식력이 뭍의 종류들보다 강한 것은 아마도 성장에 꼭 필요한 수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연을 심었는데 거의 연못 전체를 덮어 버리는 바람에 걷어내는 작업을 꽤 힘들게 했었다. 노랑꽃창포도 그러한 편이었다. 또 어떤 경로로 내 집 연못에 침입했는지 모르지만 검정말의 경우는 자주 걷어내는 편인데도 어느 사이에 또다시 수면을 덮어버려 얼마나 미운지. 검정말 이 녀석은 걷어내는 과정에서 마디가 몇 개 끊어지면 둥둥 떠다니다가 다시 뿌리를 내리기에 정말 골치 아픈 존재다.

그런 피해(?)들을 줄여보고자 연못의 물을 거의 없애버리는 방법을 시도해 보곤 하나 여름 모기 유충 방지를 위해 넣어 둔 미꾸라지가 여러 마리 살고 있어 그럴 수도 없다. 더구나 올해처럼 비가 많은 날이면 다시 곧바로 물이 차는 바람에 더욱 그렇다.

 

 

어떻든 연못의 물을 최소화하고 있는데 또 다른 이유는 뱀 때문. 개구리들이 몰려와 서식하는 바람에 먹이 사슬 구조상 자연히 뱀들이 모여든다. 한 때 금붕어를 많이 키웠다가 뱀과 왜가리, 고양이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기에 결국 기르기를 포기했지만 꾸준히 모여들고 있는 개구리들은 어찌할 수가 없다.

차라리 연못을 없애버릴까도 심각히 생각해 봤지만 그래도 수생식물 꽃은 보고 싶어 극단적인 방법은 피하기로. 여름날 수련 꽃이 올라오면 얼마나 예쁜지 그 기쁨이 또한 크기에. 

여름 날의 수련

 

부레옥잠 꽃도 이제 제 철이 끝나가고 있다. 향기가 없어 그게 아쉬웠지만 이 먾은 것 중에 단 3 포기만 취하고 모두 건져 내 폐기해야 하는 작업을 앞두고 있다. 겨울 동안의 동사로 인해 면못안에서 그대로 썩어 흉물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이 많은 것들을 쇠스랑으로 건져 내게 되면 그때도 역시 여느 때처럼 나의 속물근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게 될 것이다.

- 아이고, 이걸 여름에 팔면 1 포기에 천 원 이상 받을 수 있을 텐데...

 

                                                                                                       - 2023.10.1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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