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최저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지면서 성큼 겨울로 접어든 느낌이다. 호박과 생강잎이 일시에 고스러졌고 칸나와 백일홍 꽃도 일시에 그리 되어 더욱 체감하게 된다.
지금 텃밭에는 배추와 무, 쪽파, 갓 등의 김장 채소들은 그런대로 잘 자라고 있다. 이들은 곧 수확하게 되겠지만 심겨 있는 그대로 겨울을 나야 할 마늘은 보온을 위해 신경을 써야 했다.
보온 관리라고 하는 게 나에겐 특별한 것이 아닌 낙엽으로 덮어 주는 것으로 끝내는 거다. 해마다 그리 해 왔지만 경험해 보니 낙엽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인 것 같았다. 낙엽을 이용하게 되면 많은 양의 낙엽의 처리 문제가 해결되면서 동시에 마늘밭 보온에도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일양득인 셈이었다. 보온뿐만 아니라 낙엽을 덮어 두면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하는 제초 효과가 있게 되니 좋았다. 그러니 구태여 비닐 멀칭을 할 필요가 없다.
낙엽의 보온 효과를 이야기하니 어떤 성공한 이가 고난한 시절 노숙할 때 신문지 한 장의 보온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생각나고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 투쟁하던 투쟁하던 이들이 한 겨울을 낙엽을 덮고 잤다는 책 속의 비화도 떠오른다. 그렇듯 낙엽 한 잎이라도 시원찮게 생각할 것이 못된다. 더구나 나중에 썩으면 거름이 되니 그 얼마나 좋은가.
밭 옆의 팽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의 양이 엄청나다. 다행히 잎이 크지 않아 마늘밭 사이사이에 뿌려주는 작업이 그리 어렵지가 않다. 겨울 동안 낙엽 사이로 비집고 올라온 잡초들은 그때그때 뽑아내면 될 일이다.
내가 짓는 텃밭 농사 중에 가장 경제성이 있는 작물이 이 마늘인 것 같다. 작은 면적에 몇 군데 나눠 심은 것으로 김장 양념거리로 쓰고도 충분히 남아 이후 1년 동안 가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알이 좀 굵은 것으로 품종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에 인근 삼례장에 가서 직접 재배했다는 어느 할머니한테서 한 접을 사 와 심었는데 어떨는지 모르겠다.
심은 지 달포가 지났는데 발아율이 좋았고 그래서 지금 잎들이 푸릇푸릇 뻗어 나며 잘 자라주고 있다. 성장하는 동안 병충해 관리를 잘해주라고 할머니가 당부했었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 그저 잘 커주길 바랄 뿐. 자주 눈길 주면서 거름도 적당히 주고 하면 건강히 자라지 않을는지.
내년 초여름 수확 때까지 잘 보살피며 키우리라.
- 2023.11.15(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