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일거리를 만들어 낸 것 같아 스스로 내뱉는 소리다. 작년까지는 마늘종을 가위로 잘라 내버렸는데 올해는 재배 면적을 조금 늘었는 데다 작황이 좋아 형편이 달라졌다. 그렇지 않으면 좀 편히 쉴 텐데 또 일 만들어서 고생이라는.
그냥 버리는 게 아까워 할 수 없이 모두 뽑아 반찬 하기로.
고추 따듯 그냥 툭툭 따면 되겠지만 문제는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살살 잘 잡아당겨야 줄기 속의 연한 부분까지 잘 뽑힌다.
작업하면서 왜 군대 생각이 나는지. 총기를 만질 때면 교관은 언제나 무엇 만지듯 아주 조심 조심 다루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했나? 교관과 눈 마주치면 아주 살살하면서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였다.
그러나 이 마늘종은 총기도 아니고 여기가 군대도 아니지 않은가 대충 대충 할 수가 없다. 내가 뽑아서 내가 먹을 것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슬로 모션이다.
쉽게 빨리 작업한다고 한 손으로 쑤욱 잡아 뺐다가는 뚝 잘라지거나 뿌리가 통째 뽑혀 나오기 십상이다. 뿌리 쪽을 발로 눌러 주면서 살며시 뽑아내야 한다. 그러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계속 허리 굽혀야 하니 허리가 아프고. 마늘종이 뿌악- 소리를 내며 잘 뽑힐 땐 기분이 좋지만 중간에 뚝 끊어져 버리면 왕짜증.
올해 심은 품종은 제법 튼실하게 잘 자라 주었다. 최종 수확 때까지 크고 단단한 알뿌리로 만들어 주려면 줄기를 통해 영영 성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마늘종을 제거해 주는 것은 농부의 상식이다. 그래서 감자꽃 같은 경우도 사전에 다 잘라주어야 한다는 것을 진즉 배웠다.
그런데 올해는 비교적 잘 뽑힌다. 수확량이 제법 많아졌다. 예년 같으면 볶음 요리로 한 두 끼 정도 먹거나 아니면 상추쌈을 하며 된장을 찍어먹는 것으로 끝냈으나 이번에는 장아찌로 처리해서 오래 보관해 두고 먹어야 될 듯.
상추 같으면 그냥 물에 씻어서 입에 넣으면 끝인데, 이건 볶음 요리도 귀찮지만 장아찌 한답시고 씻고, 자르고, 데치고, 간장 식초 등을 넣어 끓이고, 용기에 담고... 하는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여간 귀찮게 생각되는 것이 아니다.
막상 작업을 끝내고 나면 뿌듯해하면서도 그렇게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아 고생을 사서 한다고 계속 투덜거리는 것이다. 왜 그렇게 일을 만들어서 스스로 노예로 전락시키냐는 신세타령. 그러나 어쩌랴. 그게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일인 것을.
레시피를 살피다 그 아래를 보니 요즘 마늘종 값이 생각 밖이다.
"어? 이게 꽤 돈이 되는 일이었네"
그런 것으로 나마 보상받으려는, 영락없는 소심한 촌부가 되어 저 혼자 히죽거린다.
아뿔싸. 누군가에게 실성한 것으로 보였을라.
-2024. 5. 16(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