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땔감 작업

소나무 01 2023. 12. 30. 16:45

비닐하우스 농사라도 조금 지으면 농한기일 수 없겠지만 텃밭 수준의 나에게는 요즘 바깥일이 거의 없어 한가롭다. 고작 땔감 마련하는 일 정도.

오후에 뒷산으로 산책 나가면 돌아오면서 부러진 가지 한 두 개씩 주워 온다. 딱따구리가 껍질을 벗겨 놓아 목피가 군데군데 하얗게 드러나 있어 고사목을 쉽게 가려낼 수 있는데 이것들은 따로 날을 잡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햇빛이 부족하거나 병충해이거나 아니면 토양이 오염되어 있거나 아무튼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든 해마다 고사목이 생겨나고 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는 도무지 운반할 방법이 없어 그냥 방치할 수밖에. 그래서 비교적 가까운 곳의 고사목만을 적당한 크기로 절단해서 어깨에 메고 가져 온다. 쉬운 게 아니지만 운동이라 생각될 정도의 작업량만. 수 십 년 된 덩치 큰 고사목들은 내 힘으로 불가능해 아예 포기.

오늘은 15여 년 정도 되어 보이는 고사한 소나무 2그루와 잡목들. 

 

 

오늘 작업에는 충전용 톱을 처음으로 사용하다. 40V의 배터리 무게가 있어 전체적으로 좀 무거운 편이었으나 새 톱날이어서인지 아주 쉽게 잘린다. 무엇보다도 기계 소음이 적어 집에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다. 그동안은 전선이 달려있는 전기톱이어서 이동에 불편하고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궁이가 있는 황토방에 날마다 군불을 때는 것은 아니어서 보관하는 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적당한 처마 밑이 없어 이젠 뒤란 언덕에 쌓아 두다. 소나무의 경우는 대부분 리기다 수종이어서 잔가지에 관솔이 많다 보니 그을림이 많이 발생시킨다. 그것이 연통에 달라붙어 땔감으로 좋지 않다는 것으로 전해 들었지만 잘 마른 것 괜찮은 것 같다. 

내 어릴 때 여러 겹의 철사 타래를 어깨에 메고 꽹가리 치며 "뚫어요 - "를 외치던 모습. 이젠 그런 이가 없으니 연통 막히면 어쩌나 싶어 조심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장작을 많이 쌓아 두면 절로 배부르다는 산촌 사람들의 말을 실감하면서.

 

                                                                                                                                      - 2023. 12.3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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