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엄나무야 고맙고 미안하다

소나무 01 2024. 4. 14. 21:15

나물의 왕을 흔히 두릅이라고 하는데 나는 단연 엄나무 순이다. 엄나무 순의 영양 성분 때문이 아니라 독특한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 그리고 입안에 도는 청량감이 이만한 봄나물이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은 이것 하나만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운다.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는 것이 일품.

집에 이 두릅나무, 엄나무를 여러 그루 심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적지 않은 양을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

두릅은 마치 막대기 꽂아놓은 것 같은 외 줄기에서 그저 한 두 개 정도 따는 정도지만 가지를 사방으로 뻗으며 자란 엄나무에서는 한 나무에서만 적잖은 양을 얻을 수 있다. 거기에다 자라는 환경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시차를 두고 채취하며 보다 싱그러운 것으로 그 풍미를 즐길 수 있음이 좋다. 

 

 

그런데 채취할 때마다 어려움이 겪는다. 나무의 키기 부쩍 커져서 손이 닿질 않았다. 초기에는 장대 끝에 낫을 묶어 채취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해서 먹었다. 계속 올랴다 보며 따다 보면 목이 아팠다.

결국 일정 높이에서 가지들을 모조리 잘라 내야만 좀 수월하게 작업이 가능했다.

몇 년째 그렇듯 힘들게 작업했는데 나중에서야 간단히 작업할 수 있는 기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3단으로 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절삭봉을 구입하게 되어 덕분에 아주 편리해졌고 그리고 재미가 생겼다.

 

 

                                  절삭봉은 가지를 자른 상태에서 그대로 물고 내려와 편리하다.

이제 끝물이지만 지금도 새순을 피워내는 엄나무가 있어 내일까지는 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 새 순이 나온 가지들을 그때마다 싹둑싹둑 잘라 내게 될 텐데 나무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다.

그냥 순만 따 가면 되었지 왜 가지까지 매몰차게 자르느냐며 주인을 원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엊그제 집안 모임에 엄나무 순을 내놓을 수 있었는데 그 맛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다. 

 

- 엄나무야 그저 그러려니 생각해 다오.  네게 가시가 많아 나무에 올라 딸 수도 없는 데다 애초부터 식용으로 생각하며 심었단다. 하니 너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다오. 고맙고 미안하다. 부디 인간의 탐욕 그런 것과는 별개라고 여겨주기를...   

 

                                                                                                  - 2024.4.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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