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앞 복숭아나무 가지에서 새 한 마리와 마주치다. 그런데 녀석이 날아가지 않고 계속 나를 주시하는 게 아닌가. 좀 더 가까이 다가섰는데도 피하질 않는다.
- 아니 이럴 수가. 처음 보는 새다.
아주 부드러운 털과 연약한 다리를 한 모습이었지만 내 카메라의 단순한 줌 기능으로는 식별을 할 수 없어 아쉽다.
가슴 쪽에 검은 줄무늬들이 많이 보여 호랑지빠귀 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보다는 몸집이 많이 작다. 부동자세를 취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머리 양쪽에 솜털이 붙어 있다.
-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구나. 그래서 날지 못하고 나를 경계하며 주시하고 있구나.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 위협을 느낀 듯 가지와 가지 사이를 재빨리 옮겨 다닌다. 그러면서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바삐 움직이며 꼬리를 위아래로 계속 흔들어 댄다.
- 아, 딱새 새끼구나.
평소 어미 딱새가 내 집에 수시로 돌아다니더니만 이곳 주변에 둥지를 틀었던 모양이다. 그것 참.
어미 새가 새끼 근처로 다가 았지만 역시 내 휴대전화 줌 기능으로는 어미새의 정확한 모습 포착이 불가.(사진 중앙 부분)
- 이 근처 어디엔가 틀림없이 어미 딱새가 있을 거야.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하여 잠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더니만 예상대로 어미가 나타났다. 새끼에게 줄 먹이(벌레)를 물고 있었다. 그 모습도 카메라에 담아 보려고 휴대전화를 살며시 움직여 보는데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내가 해를 끼칠 생각이 전혀 없는데도 어미 또한 위험하다는 듯 일정 거리를 두고 날아다니며 주위를 맴돈다.
내가 피해 줘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아 그 자리를 벗어나다.
새끼 딱새는 몇 m의 거리를 날아다니며( 오, 날아는 다니는구나) '찝- 찝- ' 하는 소리로 어미를 부르는 것 같았다.
- 아디로 갔나?
나뭇잎에 가려 옮겨간 곳이 어디인지 더 이상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 그래 딱새야, 내 집에서 살아줘서 고맙다.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다음 날들에도 네 모습을 볼 수 있길 원한다. 나타나 주렴.
- 2024. 5. 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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