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청계를 기르다.

소나무 01 2024. 5. 10. 21:57

오골계 2마리를 처분한 뒤 닭장 안이 아무래도 좀 휑해졌다. 빈자리가 보였다. 남아있는 백봉오골계 3마리와 토종닭 2마리가 나보다 더 쓸쓸해하는 것 같았다.

청계를 길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군산 대야장에 가서 10개월 정도 되는 것으로 2마리를 구입해 오다. 중 병아리 정도면 좋겠다 싶었는데 농장 직영점인데도 없단다. 지금 알을 낳고 있다는데 마리당 2만 5천 원. 사실은 비슷할 텐데도 청계란의 경우는 효능이 더 있다고 알려진 탓인지 값이 더 했다.

 

 

청계를 처음 본다. 남아메리카의 닭과 우리 오골계의 교배종이라는데 파란색 알을 낳기 때문에 청계(靑鷄)라 한단다. 닭장에 넣었더니 예상대로 서로 경계를 한다. 기운이 냉랭하다.

함께 잘 지내라고 기존의 닭 무리 속한 곳으로 몰아넣었더니 곧바로 빠져나온다. 아마 두 녀석들도 만만찮은 전입 신고식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한 곳으로 몰았더니 탐색전인 듯 잠시 서로 모른 체 한다.

 

간간히 지켜 보고 있으니 백봉오골계가 먼저 청계를 쪼아 댄다. 넌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녀석이냐고 꼬장 부리는 것이다. 청계가 황급히 피한다. 제일 막내 격인 10개월 정도 된 토종닭이 또 전입 신참들을 쫓아다니며 못살게 군다. 녀석들은 계속 꽥꽥거리며 혼비백산, 피하기에 급급.

네가 내 또래인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전입 선임의 확실한 군기 잡기다. 

청계는 몸집이 작아서인지 녀석들이 아주 날렵하게 날며 피해 다닌다. 먹이를 바로 앞에 보면서도 먹을 꿈도 못꾸는 것. 여기도 냉엄한 적자생존의 세계다.

 

 

오늘 낳은 알 3개가 그야말로 컬러풀하다. 맨 오른쪽이 청계란이고 가운데가 백봉오골계 그리고 왼쪽이 토종닭 알이다.

 

내가 녀석들 앞에 다가 가면 팔아넘기거나 잡아먹을 것으로 아는지 역시 꽥꽥거리며 도망 다니기 바쁘다. 놀람과 긴장의 연속일 텐데도 청계 한 마리가 오자마자 알을 낳았다. 세상에.

약간의 파란색 기운이 도는 크지 않은 알인데 처음 보는 것이라서 절로 감탄사가. 닭 키우는 재미를 당장 느끼게 한다.

잘 키워 보아야지. 그래, 앞으로 잘 대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아마 1주일 정도 지나면 서로 익숙해져서 잘 지낼 것으로 생각한다. 서열은 바뀌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합사시켜 본 경험으로 봐서 얼마 동안 함께 먹을 수 없다는 것 빼고는 무난하리라.

 

                                                                          - 2024. 5. 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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