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이 싱그러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 산에 올라야지 - " 했으면서도 어느새 4월 끝자락이 되었다. 비록 텃밭 농사라 할지라도 일손이 바쁘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었던 산행,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논산 노성산을 찾아가기로.
집을 나선 후 40여 분이 지나자 차도 위 저 잎으로 노성산이 보인다. 처음 찾아가는 곳이지만 쉽게 감이 잡힌다. 오른쪽 옆으로는 계룡산 줄기가 길게 뻗어있다. 좌측의 계룡산 연화봉(739m)은 진즉 올랐으나 정상인 천황봉(846m)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신록' 그 이름 때문에 몸이 뒤숭숭하여 산행에 나섰지만 가는 곳이 깊은 산이 아니어서 사실 별 기대감이 없다. 그저 산에 가고 싶어 산에 간다는.
해마다 봄이 되면 산마다의 싱그러움에 반해 교과서에서 배웠던 그 "신록예찬"을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된다. 그 수필 제목만 생각날 뿐 글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으면서도.
이번 기회에 맘먹고 뒤져 보니 이양하의 '신록예찬' 전문이 나온다. 한 번 일별하고 나서리라는 생각에 반백 년 훨씬 지난 오늘 살펴보니 조금은 무덤덤. 그 많은 문장 중에 "은밀히 수수되고- "하는 부분만 어렴풋이 학창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낸다.
"황홀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은 이때,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히 수수되고- "
'수수'란 낱말의 뜻을 쓰라는 시험 문제가 있었던가??
(사족: 아버지가 수(受) 자 돌림으로 내 형제 이름을 지어서 줄 수(授), 받을 수(受) 등 '수'자 한자는 내가 좀 아는 편이다)
이 달 초순 산벚 꽃이 한창일 때였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늦었다. 더구나 노성산은 한편으로 노송(老松) 산으로 불릴 만큼 소나무 일색의 산이어서 그 사이사이의 활엽수를 통해 아쉬운 대로 계절의 감각을 느껴볼 따름이었다.
등산로와 겸하는 넓은 임도가 그 느낌을 더욱 반감시키는 것 같았지만 그 길을 살짝 덮은 소나무잎들이 제법 폭신폭신하여 경쾌하게 걸을 수 있어 좋았다.
임도는 거의 산 정성부까지 나 있었다. 혹 다시 찾는 기회가 있게 되면 다른 코스를 택해야 될 것 같지만 글쎄 아무래도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다.
(하산 길은 일부러 오솔길을 택했지만 해석하기 애매한 이정표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넓은 임도를 만나 버렸다)
정상부의 이 높고 긴 계단이 아니더라도 정성까지의 산행이 가능하나 오늘은 너무 평이하게 걸어 오른 것 같아서 일부러 계단으로 걸어 올랐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어느 건축가가 들려줬던 말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에게 가장 이상적인 계단과 계단 사이의 높이가 18Cm라는. 실생활에 적용해야 될 참 중요한 정보 같아서다.
노성산(魯城山)은 높이가 348m.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이라는 표현이 합당할지도 모르겠다. 느릿느릿 걸어도 1시간이면 족하다. 그래서인지 논산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어주는 모양이다. 가족 단위의 등산객이 자주 눈에 띄는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라는.
바로 옆 쪽으로의 계룡산을 빼놓고는 저 아래로 펼쳐지는 시원스러운 산과 들의 모습을 보며 홀가분함을 느끼다.
그러면서도,
"저길 올라야 하는데,,,"
정상에 대한 욕심, 바로 앞으로 보이는 계룡산 천황봉을 바라보면서 하는 혼잣말이다.
- 2024. 4.28(일)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화산에 오르면서 (1) | 2024.07.14 |
---|---|
장암 마을에서 장군봉까지 (0) | 2024.05.12 |
얼레지 꽃보러 불명산으로 (1) | 2024.03.25 |
무등, 그 무연함 앞에서 (3) | 2024.03.12 |
이제야 보문산에 오르다 (1) | 2024.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