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산사 밖 민박집에서 모임을 치르고 이른 새벽에 깨어나 산책에 나서다. 30여 분 걸어 오르는 동안 수많은 고목들과의 만남, 참 아름다운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 유서 깊은 산사를 찾아온 길손의 마음을 차분히 보듬어 준다. 연신 심호흡.
공기조차 초록인 듯 싶다.
점차 열리는 하늘에 동양 최대라는 불상과 특유의 팔상전이 방문객을 압도했다.
새벽에 찾은 속리산 법주사의 경내는 고요 그 자체.
사천왕문을 통과하자 제일 먼저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은 절마당 쓰는 모습. 그것도 마음공부라던 과거 깊은 산사 흰 고무신의 노스님의 모습을 연상해 보았으나 여긴 평범한 관리인이 그 수고를 대신.
그래도 사그락 사그락 - 대나무 빗질이 마음의 먼지도 쓸어내는 듯. 낙엽 뒹구는 가을 아니라서 구태여 빗질의 수고가 필요 있겠나 싶었지만 사시사철 이런 모습이 하나의 일과이려니.
법당 앞에 이르렀을 때 마당에 우뚝 서있는 보리수 두 그루. 누렇게 꽃이 만개해 장관을 연출한다. 가까이 다가 갈수록 진한 향기도 함께 느껴지면서.
그동안 산사에서 볼 수 있었던 인도보리수여서 무심코 스치곤 했으나 이렇게 꽃이 만개한 모습은 처음 대하는 행운이다.
한참을 머물며 여러 모습을 담다.
아, 새벽의 산사가 이리하거늘....
언제쯤 인도보리수 열매를 볼 수 있을는지. 그 또한 한 번도 본일이 없으니.
새벽 예불을 마치고 보리수 아래를 지나는 스님.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차분해진 마음이 더욱 가라앉는다.
숙연. 또 숙연.
굳이 묻고 답이 없어도 욕심부리지 말고 그저 본디 네 모습대로 살라 이르는 듯.
네 모습이 본디 그러하다고.
- 2024. 6.16(일)
수정암 쪽 마애불 옆에 심어져있는 보리수의 열매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이 나무는 우리가 흔히 보는 보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