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후 마당을 거닐고 있었는데 은근한 향기가 느껴졌다. 시간 상으로는 7시쯤?
뭐지? 그 향기는 꽃밭에 심어진 화초나 나무가 아닌 좀 더 먼 거리에 있는 존재에서 풍겨 전해오는 것 같았다. 마치 쥐똥나무나 때죽나무 그것처럼 약간의 자극이 느껴지는 향. 특별히 좋은 건 아니지만 은은함이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그 진원지를 찾아낼 수 없어 궁금. 비슷한 향의 목서는 아직 개화 시기가 아니어서 미스터리에 빠지다.
집 언덕과 뒷산 쪽에서 건너오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만한 나무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카시나 밤, 자귀 꽃들은 이미 오래전에 졌고 보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향기는 며칠 째 저녁 무렵부터 계속되었지만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엊그제는 유독 향이 강해서 약간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알아내야 하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울타리에 심어진 두릅나무에 하얗게 꽃이 피어있음을 알았다.
저건가? 그러나 평소엔 그 옆을 지나도 전혀 냄새가 없었기에 설마 했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검색해 보니 두릅꽃 향기가 "매우 강하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꽃마다 향을 발산하는 시간이 제 각각이니 이 두릅꽃은 아마도 저녁 무렵부터 향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시간에 맞춰 가까이 다가가니 놀랍게도 그 향이 풍겨 나온다. 아, 두릅나무 꽃이었구나.
그 주변을 낮 시간대에만 돌아나녔으니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장미 향수를 만들기 위해 새벽 2시경에 그 꽃을 딴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여 며칠 동안의 미스터리가 비로소 풀렸다.
그런데 두릅나무 심어 가꾼 지 오래 건 만 왜 나는 수년 동안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그것 또한 미스터리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동안 너무 무감각했던 모양이다. 단순히 두릅은 그저 봄철에 나물로 먹는 것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앞으론 두릅이 봄만 있는 게 아니라 끝여름도 있음을 기억하겠다.
두릅꽃도 이제 막바지다. 그동안의 유별났던 무더위와 함께 이 꽃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좋은 계절 가을이 찾아들었다. 마당에 두릅꽃 그 이상의 구절초와 국화꽃 향이 대기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좀 더 그윽하고 깊은 향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 이제야 비로소 가을이로구나"
오늘 아침의 선선한 바람에 유난히 맑은 하늘을 보며 절로 혼잣말을 했다.
- 2024. 8.29(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