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날은 참으로 무더웠다. 노동력이 필요한 밖에서의 일은 거의 하지 못했다. 1주일 여를 더 지나야 평년 날씨가 될 것이라는데 이제 9월, 마음 안에 이미 가을이 들어섰다.
숫자 상의 여름인 지난 6월부터 대문 밖에 나가 석양을 보았다. 저녁을 마친 후 한낮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해질 무렵에 집 주변을 거닐며 서녘의 노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해는 그 자리에서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졌지만 주위의 구름과 노을빛은 날마다 새로웠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그냥 무연히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라볼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악 가라앉았다.
그리고 남겨 두고 싶었다.
가능한 같은 사이즈로 담았다. 똑같은 자리에서의 자연 현상 그대로.
미처 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여름날 3개월 동안의 석양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
대문 밖에서 보는 서쪽 땅은 거의 지평선이어서 최대한의 노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사는 터에 대한 고마움이랄까 내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음이 감사했고.
저녁 7시 40분대에 지던 해는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6시 50분로 바뀌었다. 해는 서서히 왼쪽 방향으로 이동했으며 낮시간은 이제 처음보다 1시간 정도가 짧아졌다.
아내는 석양 보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묻지 않았지만 아마도 인생의 끝자락이 연상되는 듯한 그런 느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일출을 기록해야 함이 맞으나 일출엔 석양의 노을빛이 주는 뭔가 심오함이 없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 찬란함으로 표현되는 어떤 단순함과 그 어떤 오래 된 연륜의 깊이와 같은 느낌의 그런 차이? 글쎄 그런 건가?
또 어느 정도의 시일이 지나고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나는 어느새 거실 안에 들어 앉아 해 뜨는 동녘을 바라보며 환호하게 될 것이다. 오, 해가 뜨네 ! -
갈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산다 하면서도 결국 나도 평범한 속물에 지나지 않음을 어찌하랴
잔치는 끝났더라.
마지막 앉아서 국밥들을 마시고
빠알간 불 사르고 재를 남기고
포장을 걷으면 저무는 하늘
.
.
.
결국은 조금씩 취해 가지고
우리 모두 다 돌아가는 사람들.
서정주의 '행진곡'이 불쑥 떠올려 진다.
- 2024. 9.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