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시월 끝 날 구절초를 보며

소나무 01 2024. 10. 31. 11:56

오늘 아침 기온은 8도. 바깥 날씨가 제법 차가 와져서 새벽에 일어 나 창문 열기를 주저한다. 거실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면  동트는 모습은 아직이고 대신 데크 앞의 하얀 모습에 눈길이 간다. 

구절초. 

 

 

내가 직접 심어 가꾼 게 아니다. 집 언덕에 피어있던 것이 어느새 퍼져 여기 작은 꽃밭을 가득 메웠다. 우선 청초하다는 느낌이어서 기분을 좋게 한다. 그리고 한참 들여다보며 여러 사념들에 사로 잡히게 되고. 

시월 초부터 피기 시작한 꽃들이 거의 한 달째 같은 모습으로 피어 있다. 참 오래가는 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통과의례를 벗어날 수 없으니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어 아쉽다. 오늘이 시월의 끝날이라서 더욱.

 

 

여러 사념들 속에 문득 생각나는 노래들. 

나는 시월의 마지막 밤에 뜻 모를 얘기만 남기고 헤어졌다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 보다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하다는 김동규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좋아한다.(내 앞의 한 교향악단 지휘자가 갑자기 피아노 앞에 앉아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을 두드리며 나 이 노래 좋아한다고 했던 모습은 왜 또 갑자기 떠오르는건지...) 

 

지금 창 밖의 구절초 모습은 아픔도 사랑도 아니라 가을 끝의 스산함이다. 한편으로는 애달프다는 느낌도. 

 

 

다시 생각나는 또 다른 노래.

꽃잎이 시들어도 슬퍼하지 마 때가 되면 다시 필 텐데.. 하던 김정호의 "하얀 나비" . 그건 좀 슬프긴 해도 위로가 담겨있다.

- 그래 내년에 다시 필 거야 이보다 더 많이. 지금의 정원 성모상 앞에 그리고 울타리 밖으로 더 많이 번지게 될 거야. 그래서 가을이면 구절초의 집이 될거야.

 

 

시월과 함께 점차 사라져 가는 구절초가 말할 것 같다.

"지금 국화가 마악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잖아요? 마당 여기저기 만개하면 곧 날 잊게 될 거예요. 이 또한 지나 가리라 했잖아요 그 솔로몬의 반지 생각하며 그냥 하루하루 충실히 사세요" 

(또 다시 꼬리를 문다. 송대관의 "세월이 약"이라는 노래는 왜 튕겨 나오는지)

 

 

시월의 마지막과 지는 구절초가 못내 아쉬워서 어제 이어서 하루 만에 또 글을.  

 

                                                             - 2024.10월 마지막 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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