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청계 기르기

소나무 01 2024. 12. 28. 10:01

병아리 모습을 갓 벗어 난 3주 정도의 청계 9마리를 이웃집에서 얻어 기른 지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9마리 가운데 암탉이 5마리쯤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3마리로 줄었다. 문제는 수탉. 달걀을 얻고자 함이니 수탉 6마리는 없어도 되었다. 기른 지 넉 달 정도가 지났어도 암수 구분을 할 수 없어 그동안 함께 길렀는데 이제는 확연히 구분이 되고 보니 수탉은 그야말로 계륵 같은 존재.  

 

결국 벼슬과 육수가 두드러지고 깃털의 무늬가 돋보이는 이 청계 1마리만 남겨 두고 모두 정리하였다. 최근까지 함께 기르다 보니 얄미운 식객 노릇하는 것은 그만두더라도 서로 서열 싸움을 하느라 소란만 피우는 것이었다. 조금 쎄게 노는(?) 녀석이 상대의 벼슬이나 뒷목을 부리로 쪼거나 물면 꽥꽥거리며 그 순간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기종에 있던 이 백봉오골계 수탉 한 마리가 현재 기르고 있는 암탉 7마리를 모두 거느릴 수 있으나 청계 수탉 1마리 정도는 그냥 관상용으로 생각하며 기르기로. 이 오골계 수탉은 이미 5년 차 여서 터줏대감으로서의 확실한 지위를 갖고 있는터라 지켜보면 그 위상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어 내가 집을 비울 땐 "어이 대장! 집 잘 지키고 있어!" 하곤 한다.

위기가 닥치면 용감하게 나서진 못하더라도 괴성(?)을 내지르며 암탉들을 보호하려는 모습과 먹이를 독식하지 않고 암컷 먼저 배려하는 참  가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양계의 1차적인 목적은 달걀. 기존의 암탉 4마리가 교대하며 꾸준히 알을 낳고 있어 주인의 보살핌(?)을 잘 받고 있지만 새 식구가 된 청계 이 녀석들은 6개월이 되었는데도 아직 소식이 없다. 차가운 겨울 날씨라 그런 건가?...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한 겨울인데도 별나물과 나도 점나물 등 초록풀을 매일 뜯어 챙겨주고 있는 주인의 마음을 알고는 있는 것인지.

 

                             - 2024.12.2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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