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末島)라는 이름보다 '끝섬'이라는 표현이 뉘앙스가 좋은 것 같다. 끝섬은 60여 개에 달하는 고군산군도의 끝에 위치하여 그렇게 불려졌을 것이다.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된 후 선유도를 비롯한 6개 섬이 이미 연륙이 되었지만 나머지 섬들은 예전 그대로 배편을 이용한다. 서울의 친구로부터 연륙이 된 장자도에서 배를 타고 건너 가 이 끝섬과 몇 개의 섬을 연결하는 트레킹 제의를 받고서야 처음으로 그런 곳이 있는 줄 알았다. 귀향한 지 오래되었건만 그런 정보도 모르고 살았다는 한심함.
끝섬인 말도는 장자도에서 하루 2번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하는데 최근 명도, 보농도, 말도를 연결하는 연도교가 놓이게 되면서 이곳의 트레킹 코스가 급 부상된 듯. 지자체에서는 이 3개의 섬과 함께 그 옆의 광대도, 방축도를 연결하는 다리와 함께 관광자원화 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지금까지 3개의 다리가 가설되어 있다.
광대도와 명도를 잇는 연도교만 완공되면 5개의 섬을 걸어서 다닐 수 있게 되는데 여기의 공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안내 표지판을 보니 한눈에 들어왔다.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알아보지 않고 떠났기에 시행착오를 좀 겪었다. 장자도 여객터미널(규모면에서 보면 선착장이란 표현이 맞을 듯)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하루 2회. 우리 4명의 일행은 오전 10시 40분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하여 하루 일정으로 트레킹을 마치기로 했다. 말도까지의 소요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그런데 매표창구의 직원이 3개 섬을 연결하는 트레킹은 불가하다며 행선지가 말도인지 명도인지를 확실하게 말해 달란다. 이유인즉 다리 공사 완공이 안되어 도보로 걸어갈 수 없다는 것. 결국 1개 섬 밖에 갈 수 없다는 의미다. 제의했던 친구는 3개의 섬을 연결하는 트레킹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서 봤기에 오늘의 여행을 결정했고, 또 나도 남의 블로그를 통해 같은 내용을 일별 했던 터라 순간 상당한 당혹감.
사진 위 맨 좌측이 서쪽 끝 말도다.
그럼 어느 섬으로 가야 하나? 사전에 입력된 자세한 정보가 없다 보니 끝섬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서 일단 말도로 가는 것으로 합의. 1인 요금 2,400원으로 카페리에 승선.
평일이어서인지 180명 정도 정원 규모의 배 안에는 현지 주민과 여행객 등 대략 30여 명 정도가 승선한 것 같았다. 가까운 관리도를 시작으로 방축도, 명도를 거쳐 말도에 도착.
몇 개의 섬을 거친 후 최종 말도에 도착하는 여객선과 말도 마을 풍경.
멀리에서 보면 이름다운 섬, 그러나 막상 발을 디디면 이런 곳에서 어찌 살까 싶은데 한 주민의 말로는 이 작은 말도에 17 가구 30여 명이 거주한단다. 농지가 아예 없으니 어업 아니면 숙박업 등을 하며 생활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매표소 직원의 얘기와는 달리 다리를 건너 트레킹이 가능하다며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아니 다리 통행이 가능하다고?"
배 타기 전 분명 안된다고 들었는데. 뱃머리에서 멀리 보니 가파른 암벽 사이로 인도교가 놓여 있어 무슨 안전 문제가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만 짐작했었다.
말도에서 보농도로 건너가기 위해 산길을 오르고. 왼쪽으로 구실잣밤나무의 고목이 섬의 또 다른 운치를 만들어 낸다.
말도에서 보농도로 건너는 인도교. 멀리 보이는 또 하나의 다리는 보농도에서 명도를 잇는다.
마을을 뒤로하고 산에 오르니 상록 고목이 빽빽하다. 예전 홍도에서 봤던 구실잣밤나무다. 밤처럼 생긴 도토리가 열린다는데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 밖에는 특별한 수종을 발견할 수 없고 그저 동네 야산 같은 산. 대략 100여 m 정도 될 것 같은 산을 넘었더니 가파른 경사 길에 데크 계단이 놓여 있었고 그 끝에 이곳 말도에서 보농도로 건너갈 수 있는 아치형태의 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길이가 308m라고. 주민 간의 왕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관광용 다리인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
'출입통제'라며 다리 입구를 작은 플래카드로 막아 놓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다리의 케이블 뒤틀림 현상 등으로 부실시공 문제가 제기되면서 통행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3년 전쯤에 완공되었다는데 참 어이가 없다. 그런데 플래카드의 경고 문구는 마치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같은 느낌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경우처럼 통과하기로.
다리를 건너면 보농도(補農島). 현재는 무인도다. 사방이 바다여서 주변 경관은 좋으나 산 자체는 역시 동네 뒷산처럼 평범하다. 다만 이 일대가 습곡(褶曲) 지형이어서 암벽 형태가 가까이 있는 다른 섬과 같이 독특했다. 수평 지층이 융기 과정에서 횡압력을 받아 일그러져 여러 가지 괴기한 형태가 된 것. 어떤 것은 마치 커다란 뱀이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명도 선착장과 마을 모습.
보농도에서 명도(明島)까지는 주탑이 2개 있는 사장교다. 길이 410m. 다리를 건너 명도에 오르는 길은 급경사인데 아마 데크 계단공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 상수도 공사도 병행하는지 한쪽으로 파헤쳐 놓았다. 부분적으로 야쟈매트를 깔아 놓아 보행을 돕고 있지만 자칫 낙상이나 추락 사고의 위험이 있어 보였다. 미완성의 여기 이 구간 때문에라도 관광객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리가 가설되어 있는 관계로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다리 통행은 가능하나 부실공사 등으로 안전에 문제가 있으니 완공이 될 때까지 통행하지 말아 달라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탐방객들이 알아서 하라는 듯한 애매한 느낌.
명도에서 광대도까지 477m 구간은 현재 공사가 50% 정도인 상태에서 멈춰져 있는 상태. 내년 상반기까지는 말도 보농도 간 보완 공사를 포함하여 모든 공사가 끝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계속 지연이 된 바 있기에 '아직 미정'이라 말함이 맞지 않을까 싶다. 광대도에서 방축도까지는 출렁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라고.
어떻든 내년 후반기 이후가 되면 모두 4개의 다리가 5개의 섬을 연결하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관 좋은 트레킹 코스가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거리는 총 14Km 정도.
다른 기회에 누군가 바다 쪽에 가고 싶다고 나에게 정보를 요구하면 1순위로 이 5개 섬을 연결하는 트레킹 코스를 소개할 참이다.
부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 이번 여행길의 가까운 고교 동창들.
- 2024.11.14(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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