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개복숭아 한 그루

소나무 01 2025. 4. 12. 12:15

복숭아꽃이 한창이다. 벚꽃에 비해 연분홍 기운이 더해 멀리서도 그 모습이 화사하다. 내가 심지 않았는데도 절로 번식이 잘 되는지 내 집 울안에 10여 그루가 자라고 있고 다시 새 봄이 된 지금 그 꽃이 절정이다. 

그중 '개복숭아' 나무가 딱 한 그루 언덕 위에 자라고 있는데.  

 

 

이 개복숭아가 어느 날부터 소중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열매로 만드는 효소 등의 효험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래서 열매가 익어가는 6월 초순이면 청매실처럼 덜 익은 상태로 따서는 효소를 만들고 있다. 그 때문에 '개'자 붙은 개체 가운데 유독 이 개복숭아만큼은 대접을 받고 있는 셈. 계획적으로 식재해서 소득 작물로 키우는 농가도 있다는데 요즘은 시들한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일반 복숭아와 구분하지 못하였으나 열매의 크기가 작고 그 끝부분이 하트 모양으로 뾰족해서 비교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잔털이 더 많은 편.

요즘같은 개화기에는 꽃 색깔이 좀 더 짙어 화사한 것 같기도 한데 단지 느낌 그 자체인 것 하기도. 열매에 함유되어 있다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 때문에 성인병의 여러 증세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과연 그런지는 잘 모르겠고 그저 그러려니 생각한다. 내 집에 성목 한 그루가 있으니 그냥 효소로 담그고 있을 따름. 

 

 

이 나무 한 그루에서만 대략 20Kg 안팎을 수확하는데 어쩐 일인지 작년에는 착과가 부실하여 10여 Kg 정도만으로 담글 수 있었다. 주로 음식 요리에 사용하고 있는데 매실 효소의 향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사실은 거의 쓰지 않는 편.

그런데 올핸 유난히 꽃이 잔뜩 피었다. 올해 효소를 더 많이 담그도록 하라는 그럼 암시인가?

열매 없으면 효소 생각도 없을 텐데 성가신(?) 일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조금 덜 반갑기도 한 그런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러나 꽃을 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좋은가. 비록 무릉도원은 아니라 할지라도 내가 사는 산자락에 도화(桃花) 가득함이 얼마나 기분 좋은 것인지. 개복숭아가 그 속에 함께 존재하고 있음으로도 흡족하다.

 

                                            - 2025.4.1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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