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찬 2월이었는데 미당의 작은 화단에 처음 보는 풀들이 돋아 났다. 요즘 한 겨울에도 파랗게 살아있는 잡초들이 있으니 어디에선가 날아왔겠지 했다.
그런데 점차 모양새가 드러나면서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 이건 그냥 흔한 잡초가 아니라 분명 화초인 것이 분명했다.
잎만 보고는 판단할 수 없었으니 두어 달이 지나 꽃망울이 맺힐 때서야 비로소 꽃양귀비임을 알았다.
잎사귀는 수박을 닮은 것 같기도 한데 덩굴식물은 아닌 것 같고.
그러다 어느 날 멀리에서 내 집을 찾은 사촌 동생이 답을 준다. 꽃양귀비 같다는 것.
그래? 봄이면 근처 도로변에 많이 피어 있었는데 그게 이 꽃양귀비? 그런데 난 빨갛게 핀 꽃들만 보았지 그 잎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었다.
그래도 그렇지 그 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해도 어떻게 내 집 화단 만을 골라 터를 잡고 자라날 수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여러 포기가.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 봤다. 아마도 5-6년 전쯤에 씨앗을 받아 무심코 뿌려뒀던 것들이 이제야 조건이 맞아 싹이 나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씨앗들이 어떻게 죽지도 않고 몇 년을 그대로 살아있었단 말인가?
그래서 내가 화단 흙을 파헤치며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아되었다는 말인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두세 달이 지났나?
드디어 오늘 꽃을 피워 그 자태를 드러냈다.
오, 피었구나. 그래 꽃양귀비가 확실하다.
암튼 내 집에 새 가족이 되어 반갑고 기쁘다. 이렇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다니.
우중이어서 그런가? 수술이 뭉쳐있는 부분에 여러 번 렌즈를 갖다 대어도 포커스가 맞질 않는다.
이제 근처로 많이 퍼져나가 내년엔 더 많은 꽃송이들을 보여주려나?
비 내리는 아침, 꽃 한 송이 그 앞에서 나는 또 속인이 되고 만다.
- 2025. 5.1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