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숲과 꽃

소나무 01 2006. 4. 16. 15:01

 

 

오월의 내집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외곽이라고 할 수 있는 신림동. 정확히는 신림2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이곳 내 집에서 내다 보이는 창 밖 풍광은 신선함 그 자체다. 산의 연초록 빛깔이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어느 화가인들 저렇듯 고운 색을 만들어 칠할 수 있을까.

 

 대략 6년 전 쯤, 이제는 적당한 곳에 내가 원하는 아파트를 장만할 수도 있겠다 싶어 서울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며 발품을 팔다가 어느 날 이곳을 찾게 되었고 그리고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관악산 풍광이 너무 좋아 여기에서 눌러 살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내 집 아파트 거실에서 바라 본 멀리 관악산 정경. 앞 산자락에 자리한 동네는 신림9동 

 이며 이른바 고시촌으로 부르는 동네이기도 하다)  

 

 

 (거실 정면에서 바라 본 모습. 이 산은 내가 거의 매주 찾아 가는데 호암산으로 부른다) 

 

 

 

(아파트 바로 앞 산에서 촬영한 내가 사는 아파트. 정 남향이라서  햇빛이 사철 고르게 들어 온다)

 

 

 

(아파트 거실 안에서 바라 본 창 밖 풍광. 가을이면 단풍, 겨울이면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휴식처 같은 집이기도 하다)

 

 

 내가 눌러 살기로 한 아파트는 산자락의 허리 정도에 위치하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할라 치면 버스에서 내려 집 앞에 닿을 때 까지 숨 고르기를 해야 되고, 지하철을 타려면 신림역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마을 버스 정류장이 내집 앞에 있고 보면 나로서는 불편함 보다는 오히려 편리하다는 만족감이 더욱 크다. 특히 요즘같은 날씨에는 싱그러운 바람결에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재하는 골목을 지나 겅어서 출근하는 기분이 여간 상쾌하지가 않다.

 어떤 이는  풍광도 좋지만 귀 빠진 지역이고 하니 집값을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거주지를 옮겨야 되지 않느냐고 충고하곤 한다. 하지만 성격상으로 재테크엔 도무지 쑥맥이다. 경제소득을 위해 신경을 쓰느니 정서적으로 안정감과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이 곳 생활에 만족하여 눌러 살고 있다. 사실 행복이란게 그런 것이 아닌지. 

 

 

(내 집 바로 앞에서 출발하는 마을 버스. 경사진 산동네를 오르내리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교통 수단이 되어주고 있다)

 

 

어떻든 서울에서는 쉽게 대할 수 없는 조용하고 넉넉한 자연 풍광이 있어 좋고 그만 그만한 사람들이 모여 오붓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좋다.

 9층인 내집 아파트 거실의 넓은 유리창으로 바라보이는 풍광은 마치 어느 휴양지의 콘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평소 그저 앞만 보며 기계적으로 살아 가는 서울 생활에서의 이곳 환경이 더 할 수 없는 청량제를 만들어 주고 있다.

 거기에다 내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 잠시만 걸으면 바로 숲 속의 산책로로 연결이 되고 그곳에는 신갈나무를 비롯한 많은 나무들과 진달래같은 봄꽃들을 곧바로 대할 수 있어 좋고 깨끗한 물로 적당히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터가 있어 또한 좋다.

 

 숲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관악산 줄기인 호암산(虎巖山)으로 들어서게 되고 이어서 삼막사(三幕寺)가 있는 삼성산까지는 한달음이다.

 집에서 가까운 호암산 자락만 해도 수많은 약수터와 작은 계곡, 여러 형태의 바위들이 있어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고 그리고 봄이 되면서 제비꽃, 현호색, 개별꽃,애기똥풀, 각시붓꽃 등 다양한 꽃들과 생강나무,오리봉나무, 병꽃나무 등의 나무들을 대할 수 있어 큰 기쁨을 얻는다.

 

 산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봉우리 하나를 가볍게 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높이 629m의

관악산과 연결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산 한 가운데 들어서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파트를 나서면 곧바로 숲길과 연결이 되고 숲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가다 보면 가까운 호암산과 삼성산 그리고 관악산까지 줄곧 산행할 수 있다)

 

 

 

 

(주로 신갈나무가 많은 숲에는 오월의 신록이 주는 느낌이 너무 신선하다)

 

 

 

(호암산 호압사의 약사전 전경)

 

 

 

(집 앞 산에 피어 난 야생화 애기나리 군락)

 

 

 

(위 사진의 애기나리 야생화를 확대한 사진.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이 마치 개별꽃과 닮았다)

 

 

 

(국수나무 꽃. 줄기를 잘라보면 하얀 국수가닥같은 섬유질이 나온다 해서 국수나무라 이름했다는데 집 앞 산에 많이 자생하고 있다)

 

 

 

 

(마치 불꽃놀이에서 보던 것 처럼 방사형으로 꽃이 피는 선밀나물 꽃. 호암산 정상 부근에서 촬영)

 

 

 

(어릴 적 시골 밭두렁에서 흔히 보았던 풀꽃. 개불알풀이다)

 

 

 

(쌀알 정도의 작은 꽃인데  반디지치라는 이름을 가진 것 같다)

 

 

 

(쌀알 만큼 아주 작은 주름잎  꽃)

 

 

(별꽃)

 

 

 

(냉이꽃)

 

 

(개별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초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꽃. 이 꽃은 관악산 밑자락에서 부터 8부 능선쯤 까지에서 볼 수 있었다)

 

 

 

 

(번식력이 강해 요즘은 흔해진 제비꽃. 그러나 꽃색깔은 자주색과 남색, 흰색 등 다양한 편이다)

 

 

 

(제비꽃이 있는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호색. 현호색도 꽃과 잎이 다양한 편이다)

 

 

 

(호암산 남쪽 양지 바른 곳에서 군데 군데 발견되는 각시붓꽃. 역시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이 아름다움을 더욱 느끼게 한다)

 

 

 

(호암산의 작은 계곡에서 우연히 눈에 띈 쇠뜨기 꽃. 한때 몸에 좋은 약초라 하여 몰살(?)을 당하던 식물이었으나 최근에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식물에 꽃이 핀 모습은 처음 보았는데 매우 신비스럽기만 하다)  

 

 

 

(찔레꽃은 언제나 고향의 향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유채꽃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비. 가장 봄다운 느낌을 주는 모습이다)

 

 

 

(역시 자주 볼 수 있는 애기똥풀. 줄기를 꺾으면 노란 액이 흘러 나와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보리수 나무 꽃이 아닌가 싶다)

 

 

(군데 군데 간간히 눈에 띄는 팥배나무 꽃)

 

 

 

(가을이면 자주색 열매가 매달리는 노린재 나무 꽃)

 

 

 

(가장 흔한 꽃 중의 하나인 산딸기 꽃)

 

 

 

(관악산 철쭉동산을 비롯해서 인근에서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철쭉. 전형적인 철쭉에 비해 진달래와의 교배종처럼 잎이 크고 색깔이 연하다)

 

 

 이 곳 신림동에서 6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는 제법 많은 아파트들이 주변에 들어 선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초록으로 보이는 공간이 더 많아 상쾌하게 심호흡을 할 수 있다.

 

 직장 일 때문에 정신없이 살다가 작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부터는 조금씩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형편이 되었고, 때때로 식구들과 산행을 하게 되면서 산과 교감하며 산과 친근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아무 때라도 혼자만의 산행을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봄에 보는 연초록의 나뭇잎 색깔들이 각별하게 마음에 와 닿아 이 계절이 지나기 전에 어딘가에 나민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졌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끝에 결국 회사 직원이 괜찮은 것이라고 추천해 주는 디카를 구입하기에 이르렀고 그것으로 내가 만나는 오월의 봄을 한 컷 한 컷  담을 수 있게 되었다. 7080 세대인 나로서는 사실 디카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그동안 필름카메라만을 고집해 왔었다. 그러다가는 상당한 용기와 결단을 낸 셈이다.

 막상 디카를 구입하고 나서 사용법을 몰라 설명서를 몇 번 씩나 되 읽으며 촬영법을 익혀야 했다. 왠 기능이 그리도 많은지 286 내 머리로는 공부하며 익히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지금,구입한지 한달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도 모르는 용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수두룩 하다.

 

 어디 그것 뿐인가. 이것을 컴퓨터에 저장하고 다시 꺼내 정리하는 방법에는 정말 낙망하여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를 따름이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배워 두어야 되겠다 싶어 아들 딸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야, 너 지금 바쁘지 않니? 이거 컴퓨터에 옮기는 방법 좀 가르쳐 주라"

최소한의 이용법은 알아둬야 되겠다 싶어 툭하면 아들 딸을 옆으로 불러 세웠다.

"그 다음에...  찍은 거 이거 크으으게 볼려면 어떻게 하니?"

"아빠도 블로그 하나 만들어 봐 - "

"내가 그걸 어떻게 하니. 일단 네가 한번 만들어 줘 봐 - " 

그런 난감한 과정 속에서도 소득이 있어 결국은 지금의 이 나의 블로그가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저렇게 꾸며 볼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지만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고 여겨왔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보니 신기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컴퓨터라는게 참 대단한 물건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나도 컴퓨터를 갖고있지만 평소 사용한다는 것이 고작 간단한 문서 작성이나 포털사이트 검색하는 정도에 불과할 따름이었으니까.

 직장생할 때문에 컴퓨터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형편이지긴 하나 맘을 크게 고쳐 먹고 이번 기회에 자세히 배워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두어 시간 입력시킨 것이 마우스 작동 미숙으로 한순간에 날아 가 버려 몹시 화가 나기도 했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보다 익숙해 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런대로 봐 줄만한 블로그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대로 희망을 가져 본다.(그러다가 다른 일 때문에 연습을 게을리 하게 되면 사용법을 잊어 버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아침에도 거실 창가에 한참을 머물러 5월의 싱싱한 초록을 마음 껏 들여다 보며 저렇게 푸르고 건강하게 살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언제부턴가 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왔다가 잠시 머무르곤 곧바로 여름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직장생활을하는 동안은 도무지 계절운행의 감각을 느낄 겨를이 없다. TV나 신문 속에서 계절의 바뀜을 건조하게 읽어내야 하는 현실이고 보니 나로서는 어서 어서, 1년이라도 빨리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계획대로 라면 아마 대략 5년 쯤 후면 고향으로 돌아 가 나도 저런 자연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자연과 함께 욕심없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

 

그런 생각들 속에 지금의 오월이 지나 가고 있다.

                                                                                                      (2006, 5.11)           

      

   

( 이 글 마지막으로 실은 이 사진은 호암산 안에 있는 작은 계곡이다. 주말이면 넘쳐나는 산행 인구에 비해 이 계곡 옆으로 난 등산로는 인적이 거의 없는 호젓한 산길이어서 내가 아끼고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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