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삼막사(三幕寺)에 갈 때는 집 앞으로 난 산길을 따라 호암산을 거쳐 삼막사가 있는 삼성산으로 오르게 된다.
삼막사를 가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대 쪽 입구에서 올라 오거나 안양 쪽(지금은 입구 쪽에 경인교육대학이 들어 섰다)에서 올라 온다.
호암산 능선에서 삼성산 쪽으로 가다가 바라 본 관악산.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민 현대에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만 하는 기상관측 철탑과 방송사들의 송신탑이 우선 눈에 들어 온다.
평지 면적이 적어서 인지 삼막사 종무사무소(?)가 절마당의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특이함이 있고 옆으로 천불전, 망해루 등이 있다.
삼성산 정상 쪽으로 가야 전경 촬영이 가능하나 여기까지 근 2시간 쯤 걸어 온 나로서는 전경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절마당 모서리에서 최대한의 시야를 확보해 보았다.
삼막사는 신라 문무왕 17년(677년)에 원효, 의상, 윤필 등 세 사람의 고승이 마치 천막과 같은 허름한 암자를 짓고 수도에 전념하면서 삼막과 삼성이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 진다.
삼막사 천불전(좁은 절 마당 때문에 이 사진도 오른 쪽이 잘리었다)
입구의 돌계단을 올라 측면에서 바라다 본 망해루(望海樓). 그러나 그 이름처럼 바다를 바라봐야 할 누각 앞으로는 나무들이 무성해서 겨울이 아닌 이상 그이름 값을 못하고 있다.
망해루는 정면으로 6개의 기다란 마름모꼴 형태 돌기둥이 건물을 받쳐 들고 있다.
30도가 넘어서는 한여름에 가까운 날씨여서 인지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러나 오늘은 천도제를 지내는지 누각안과 주위에는 상주들과 그 가족들이 많아 절마당은 등산객들과 함께 어수선 한 편이었다.
정작 바다를 바라 봐야 하는 망해루(望海樓)에는 보이는 것처럼 그 앞으로 키 큰 나무들로 앞이 가리워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서울 근교 삼막사에 망해루가 있어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는 것이 삼막사로서는 자긍심을 가질 만하고 자랑이 될 수 있을 텐데 그 기능에 무관심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망해루 본래의 의미를 살리려면 망해루 앞의 나무들을 제거하여 시야를 확보하는 게 옳다고 본다.
편액의 망해루 글씨는 전주에서 서예 활동을 한 우리나라 서예계의 거목 강암 송성용(작고) 선생이 썼다.
맑은 날이면(특히 비가 내린 날 다음 날 아침) 이 곳에서 서해바다가 한 눈에 조망되지만 대부분의 날씨에는 지금처럼 광명시 일부 정도가 내려 다 보일 뿐이다.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였지만 나는 작년 여름 날 오전 서해바다에 배가 떠있는 모습들을 이곳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망해루에서는 나무때문에 시야가 가려 절마당 한 쪽에서 촬영했다.
종무사무소 앞 쪽의 축대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여진 불상과 동자상 등의 갖가지의 소형 조형물.
칠성각 옆 암벽에 새겨진 삼귀자(三龜字). 1920년에 지운영의 글씨를 새겼다고 한다. 지운영은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의 형이 되는데 아마 오래 오래 번창하라는 의미로 거북 귀 자를 쓰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상형문자의 오묘함과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칠성각 옆에 심어 져 있는 불두화. 불상 머리의 나발 형태를 닮아 불두(佛頭)라는 이름을 붙였을 텐데 사찰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꽃이다.
날씨는 한 여름으로 치닫고 있어 산벚의 버찌가 어느 새 빨갛게 익었다. 분홍의 아름다운 자태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는 세월을 누가 막을 수 있으리오.......
삼막사 옆 반월암 오르는 돌계단을 끝으로....
2006. 6. 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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