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장마 끝의 광덕산 산행

소나무 01 2006. 8. 1. 18:16

 

 

 비 대신 땀으로 흠뻑 젖고...

 

 

 

 드디어 장마가 끝났다. 일기 예보의 기상캐스터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올해 장마는 어찌하다 보니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 왔고 그 기간도 길었으며 그리고 피해도 적지않게 가져다 주었다.

 차가 고속도로에 들어 서서 서평택 IC로 빠져 나올 때까지 주변의 절개지 곳곳은 넓은 비닐막이 씌워져 있었고 또 어떤 곳은 산 줄기 한 군데가 일직선으로 내려 앉아 붉은 생살을 들어 내놓고 있었다.

 .......

(수재민 여러분 부디 힘 내시라!)

 

 미안하지만 나는 또 산에 가야 했다. 이번에는 천안 광덕산이다. 높이가 699m라 했으니 내 집 앞 관악산보다 조금 높은 산이다.

 일요일 아침 7시 40분에 집을 나서서 서평택에서 공주 쪽으로 가는 39번 도로를 탈 때까지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더 걸렸을 뿐 교통 흐름은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들은 바로는 하루 전인 토요일에는 심각했던 모양이다.

 오전 9시 고속도로에 진입한 사람이 서서울 요금소에 이릉 때까지 무려 3시간 이상을 소비했다고 하니. 장마 끝에다가 휴가철이 시작되고 보니 모두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모양이었다.  

 나도 사실은 토요일에 산행하려 했으나 역시 매우 흐린 날씨 탓에 하루를 미루고 일요일에 출발했던 것이다. 순전히 산 정상에서 서해 쪽의 전망을 보고 싶어서였으나 어떻든 그 생각과 실행은 주효했던 셈이다.

 

 서평택에서 아산쪽으로 오다 보니 머무르고 싶은 곳이 유난히 많았다. 아산방조제를 시작으로 공세리성당, 세계꽃식물원, 현충사, 아산온천....  그 때문에 주변에 유흥시설이 많다. 특히 해산물 위주의 음식점들이 유난히 많았다. 

 

 한 때는 전국 곳곳을 쏘다닌 바 있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여기 39번 도로는 초행이 되었다.

 

 

 (강당골 도로. 외암민속마을과 강당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5분 정도 올라가면 넓은 강당공주차장이 나온다)

 

 

 아산시 송악면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에 잠시 들러 한눈을 팔다 곧바로 이어지는 강당골가는 길을 따라 광덕산 초입의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10시 45분이었다.  

 강당골 계곡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으나 기우였다. 강당골 주차장은 넓었고 주차 여유공간이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무료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정상까지는 대략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쉬엄 쉬엄 올라간다고 해도 1시 정도엔 정상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때 쯤이면 시장기가 돌아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평택 IC를 빠져 나올 때까지만 해도 짙은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많이 걷혔다.

 

 

(강당골주차장에서 바라 본 광덕산. 멀리 능선이 보이나 앞 산에 가려 오른 쪽에 위치한 정상은 시야에 들어 오지 않는다)

 

 

 

 (광덕산 산행 초입의 강당골 계곡. 피서를 나온 사람들이 군데 군데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산시에서 가까운 탓인지 가벼운 차람의 등산객이 간간이 눈에 띈다. 이정표를 보니 정성까지 거리가 3.8Km로 꽤 먼 거리다. 이 정도의 거리를 1시간 반만에 오를 수 있다면 산길이 비교적 완만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등산로는 몇사람이 동시에 함께 걸을 수 있을만큼 넓게 닦여 있었다. 평소에 그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아 든다는 얘기가 된다.

 

 주변에 들어 선 나무들을 보니 거의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나머지는 참나무류다. 엊그제까지 내린 비와 습한 땅 기운 때문에 길은 부분적으로 질척거린다. 곁가지가 없는 쭉쭉 뻗은 소나무 때문에 사방으로 시야가 터진다. 녹색의 나뭇잎들이 더없이 청량감을 주고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드러나는 푸른 하늘이 시원하다.

 

 그러나 등산로 주변이 너무 개방된 느낌이 들다 보니 아기 자기한 맛이 떨어지고 약간의 지루함마저 느끼게 된다. 나무들 밑으로 이런 저런 종류의 야생화라도 피어 있으면 좋을텐데 거의 그럼 모습을 찾아볼 수 없으니 더욱 그렇다.

 하다 못해 옆으로 물이라도 흘러 내려갔으면 물소리 때문에라도 지루함을 달랠 수 있을텐데 물이 없다. 어인 일인지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미리 얘기하지만 초입부터 정상까지의 산행 중에 작은 물줄기나 약수터같은 곳이 한 군데도 없어 물을 마실 곳이 없었다. 그 때문에 등산길이 건조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고 다른 곳에서의 산행보다 힘이 든다는 느낌이었다.       

 

 

 

 

 

 

 

 

 

 어쩌다 한번 씩 만나는 골바람 외에는 바람도 없었다. 비교적 완만한 길을 걷고 있는데도 땀이 흘러 내렸다. 소매로 가끔 눈 주위를 닦아내는 데도 이마의 땀이 눈으로 흘러 들어 가 따끔거렸고 그것도 모자라 콧등으로 흘러 떨어진다.

 손에 낀 장갑도 축축해졌고 메리야쓰는 완전히 물에 담궜다 꺼내 놓은 듯하고 겉에 입은 셔츠도 흠뻑 땀에 배었다. 장마 때 본 큰 빗줄기라도 쏟아져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걷고 있는 방향에 정상이 있어서 인지 정상부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계속 걸을 뿐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무 의자와 평상이 놓여져 있어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고 있거나 점심을 먹고 있었다.

 페트병에 물을 담아 냉동시켜 가져왔던 물은 이미 바닥이 났다. 또 한 병에 절반도 남지 않은 물은 정상부에서의 식사를 위해 남겨둬야 했다.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 말고는 정말 단조롭다. 

 어렴풋이 정상부가 보이는 것 같다.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마지막 300m 거리는 난코스였다. 바위가 험하거나 장애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경사가 몹시 급했기 때문이다. 신비로운 산을 등정하는 산행기를 보면 대개 '... 산은 정상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같은 표현이 가끔 등장하는데 광덕산은 그런 것 같지도 않으면서 마지막 구간이 매우 힘들어서 모두들 숨을 헉헉거리고 걷다 쉬다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맨 마지막에 나타난 모습이 윗사진의 정상부다. 눈을 들어 보니 시야가 확 터지면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시원하게 보인다. 시계는 12시 30분, 1시간 45분 정도 걸린 셈이다.

 광덕사가 있는 천안 쪽에서 주로 오르는 모양인데 그 쪽의 등산로 사정을 알 수 없으니 이 곳 아산 쪽에서의 등산로와 어떻게 차이가 나는 지 모르겠다.

 

    

 

 정상에 오르니 바로 옆으로 시비가 하나 세워 져 있다.

글을 누가 썼는지 궁금하여 뒤로 돌아 가 살펴 봤으나 새겨진 기록이 없다.

 언제나 맘에 드는 구절,  

-청산은 나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그리고 바로 앞으로는 비치 파라솔(보이는 것처럼 하나는 너덜거려 보기 좋지않은...)이 두 개 펴져있고 그 밑 그늘에 등산객들이 둘러 앉아 정상에 올라 온 기념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무거운 짐을 여기까지 운반하여 시원한 생수나 막걸리같은 것을 파는 것도 그렇지만 안주로 내 놓은 음식물에서 풍기는 좋지 않은 냄새로 인해 기분이 상쾌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보람이 있었던 것은 툭 트인 시야로 인해 사방을 조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등산 초입의 마곡마을과 송악저수지도 보이고 아산시가지도 볼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바다는 볼 수 없었다. 보다 청명한 날이었다면 아산만과 같은 서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함께 한 아들 녀석과 함께 정상 등정 기념으로)

 

 

 

(정상 서남쪽 밑으로 있는 한 젊은 산악인 무덤)

 

 

 

 

 

 

 

 

돌아오는 길에 광덕산을 다시 한번 돌아 봤다.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내가 어떤 길과 방향으로 올라 갔다 왔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산은 다만 존재할 뿐 산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다음에는 보다 호젓한 산길을 택하고 싶다는 생각만은 한동안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돌아 오는 차 안에서 찍은 모처럼의 푸른 하늘과 서해대교.

                                                                                           

                                                                                                     

                                                                                                     -2006. 7.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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