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피해는 늘어 만 가고...
비가 연일 그치지 않고 있다. 태풍 에위니아가 북상하여 한차례 피해를 주고 가더니 며칠 전에는 고양시를 비롯한 경기 북부 지방에 비가 퍼 부어 일부 주택가와 지하철역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계속되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강우가 그치지 않아 급기야는 강원 지역에 커다란 수해를 입혔다. 인제 지역만 하더라도 하루 400 여 mm가 내렸으니 그야말로 양동이로 쏟아 부은 셈이다. 수해 지역 주민들의 체념섞인 한숨이 얼마나 클까 싶다.
글쎄 이런 날 한가하게 산행이라니....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머물러 있던 남부 지방에는 이 날 대체로 흐린 날씨에 간간히 해까지 비쳤다.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오고 있을 때는 오후 2시 정도, 1시간 후 정도면 성주산 초입에 도착하여 산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새 습관이 된 산행은 주말마다 산에 올라야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산행을 시작한 것은 오후 4시 15분 이었다. 비가 곧 내릴 것 같았지만 그렇더라도 감수하며 우중 산행을 하겠노라고 마음 먹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강원지역에 그렇게 많은 비가 왔을 줄은 까맣게 몰랐다.
보령에서 부여로 가는 40번 국도를 따라 10여 분 가다 보면 왼쪽 편으로 성주사지 가는 길이 있고 표지판이 군데 군데 눈에 보여 성주산은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성주사지(聖住寺址). 성주산 줄기 산자락 밑에 위치하고 있다.
성주사는 통일신라 애증왕 3년(827년)에 무열왕의 8대손인 낭혜화상(무염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하며 성주산문의 대가람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드넓은 평지가 당시에 얼마나 큰 가람이었는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성주사 금당지 앞에 있는 성주사 오층석탑.
이 곳에 근무하는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이 곳이 명당으로 소문 나 있어 어떤 사람들은 이 곳에 한 30분 정도머무르며 기를 받고 돌아 가기도 한다고.
성주사 삼층석탑.
성주사 낭혜화상부도비. 낭혜화상(801-888)의 행적을 기리는 비문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낭혜화상은 일찌기 중국으로 건너 가 수행하고 귀국하여 많은 불적을 이뤘다고 한다.
성주사 석불상.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시멘트로 적당히 보수된 듯 하다. 특히 얼굴 부분은 원형이 완전히 사라진 채 조잡하게 꾸며졌다. 양 손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래도 소탈하게 느껴지는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 서게 한다.
보령시 성주면 성주 2리.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백운교를 지나면 성주산 등산의 초입이 된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성주사지를 일별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서다.
성주산을 오르는 입구에 있는 민가. 이 곳에서 20여 분 오르면 백운사라는 작은 사찰이 나오는데 백운사까지 가는 길은 시멘트로 잘 포장이 되어 있어서 불과 수 분안에 차량으로 쉽게 오를 수 있다.
백운사 입구에 도착하자 맨 먼저 이방인을 반갑게 맞아 주는 귀여운 강아지 3 마리.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에다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 인지 인적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강아지들은 갑자기 찾아 온 사람이라도 반가운 모양이었다.
백운사 극락전. 바람이 제법 불어 백운사 뒤 편 산의 나뭇잎들이 바람에 뒤집혀 하얗게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극락전 앞 마당에 피어 있는 수국.
땅의 성분에 따라서 서로 다른 색깔의 꽃을 피운다는 수국은 수수하고 푸짐한 모습이 정겹다.
백운사 측면. 곧게 뻗은 노송을 중심으로 왼쪽이 극락전, 오른 편 건물이 종무소로 건물은 달랑 이 2 채 뿐이다.
백운사 왼 쪽 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를라 치면 이 일대가 폐광된 탄광지역으로 산행에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약간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등산로는 사진에서 처럼 시꺼먼 석탄 덩어리들이 깔려 있어 탄광지대였음을 실감케 한다.
이번 성주산행에는 아들 녀석과의 함께였는데 평소 이 곳으로의 산행객이 적어서인지 등산로는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의 옹색한 길이었다.
등산 길에 만난 여러 종류의 꽃과 열매들. 사진은 가을이면 빨갛게 변하는
천남성 열매.
이름을 모르는 꽃.
성주산 오르는 등산로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산비비추(일월비비추). 비를 맞아 꽃들이 축 늘어졌다.
꽃이 피기 전의 누리장나무.
꽃처럼 생긴 빨간 어린 잎에 고추잠자리 한마리 앉았다.
타래난초.
흰씀바귀.
이름을 몰랐으나 댓글을 달아 주신 분께서 알려 주었다. 감사합니다.
이름은 짚신나물.
며느리밑씻개 꽃.
자귀나무 꽃.
참나리.
6백 미터 고지 쯤인데 구름안에 갇혀 도저히 사방을 구분할 수 없었다. 밤 8시 쯤 하산 종료하는 것으로 마음 먹었으나 비가 다시 뿌릴 것 같고 초행인 곳이라 더 이상의 전진은 하지 않기로 했다.
3년 전 바로 옆의 만수산을 찾았을 때도 비가 내려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 도무지 10 여m 앞도 눈에 들어 오지 않아 철수해야만 했었는데 이상한 인연이다.
구름으로 잔뜩 덮혀 주위를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어쩌다 열린 나무들 사이로 저 아래 산마을의 모습이 뿌옇게 보인다.
50여 분 올라 와 이 곳이 주변에서 제일 높은 것 같았으나 구름 안에 갇혀 있어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결국 더 이상의 전지을 포기하고 다시 원 위치로 돌아 온 것은 6시 무렵, 성주사지에서 얼마 동안을 머무르다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밤 길에 서울로 돌아 오다.
시골에서의 사적인 볼 일과 산행을 포함해서 500 여 km를 피로한 기색없이 운전해 준 아들 녀석의 모습을 끝으로.... 빗길인데도 안전하게 돌아 올 수 있었다. 서울의 밤은 축축하기만 했고....
- 2006. 7.1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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