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재료와 염료로 쓰였던 잇꽃
사람들은 잇꽃보다 홍화(紅花)라는 이름으로 보다 많이 기억한다. 건강에 좋다고 하여 신문 등에 지겹도록 광고가 된 편이어서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러나 홍화라는 이름은 알아도 그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도 여성들의 골다공증에 좋다고 하여 시중에서 홍화씨를 많이 팔고 있는데 이것들은 물론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온 것들이다.
그러나 잇꽃은 우리네 여인들의 화장과 인연이 깊고 한편으로 우리의 전통 염색 소재로서 가치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10년 전 쯤 내가 그리도 찾아 헤매었지만 그 때만 해도 이 땅 산천에는 거의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수소문 끝에 겨우 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 홍화씨가 건겅에 좋다고 하는 바람에 외국에서 씨앗을 들여다가 대규모로 재배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과거에 비해 잇꽃 보기가 오히려수월해진 편이다.
내가 사는 집 주변에도 지금 이 잇꽃이 피어 있으니 말이다.
우선 꽃 구경 좀 하자.
잇꽃은 꽃이 필 때 노란 색으로 핀다. 그러다가 시일이 지나면서 점점 빨간 색으로 변해 가게 된다.
그러니까 10년도 넘은 세월 저 편, 꽃의 자생지를 확인하는 중에 전남 보성에서 전통 염색을 하는 한광석씨가 자신의 집 앞에 지금 잇꽃이 활짝 피어 있으니 와서 한번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보성 지곡마을 그의 집 앞의 텃밭에는 사진과 같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도 우리 잇꽃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어 결국 포기하고는 지인을 통해 미국에서 씨앗을 들여 와 재배하게 됐다고 들려 주었다.
우리 혈통(?)이 아니라서 아쉽기는 하였지만 그는 집 밖에 이 잇꽃을 20평 정도 재배해서 나름대로 붉은 물감의 천연 염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가 보여 주는 잇꽃물로 물들인 천은 너무나 곱고 정겹고 그리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한광석씨의 어머니는 밭에서 이 꽃을 한 움큼 따다가 그릇에 넣어 곱게 빻아서는 기름에 개었다. 하얀 사기 그릇에는 빠알간 꽃물이 돋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볼에 발라 보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이렇게 해서 시집갈 때 곤지찍고 연지찍고 했었어요- "
생각해 보라. 요즘의 신부들이 신부화장을 한답시고 화장이 아닌 아주 짙은 정체불명의 '분장'을 해 대고 있는 현실에서 그 모습이 얼마나 소박하고 아름다웠겠는지.
그러던 중 전남 해남에서 순수 우리 잇꽃의 씨앗을 갖고 있는 한 스님을 참으로 우연히도 만나게 되었다.
스님은 어느 여름 날 자동차로 전북 순창 쪽의 산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데 산자락에 빨갛게 피어있는 꽃을 멀리에서 보고 그 꽃이 잇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드문 드문 피어있는 꽃 몇송이를 따다가 필요할 때 진통제로 사용한다고 들려 주었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염료로 사용하기 위해 재배를 많이 했다고 하나 화학염료가 등장하면서 부터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작심하고 돌아 다니면 어느 산야에선가 순수한 우리 토종의 잇꽃과 조우할 수 있을텐데....
내가 사는 신림동 산자락에서도 잇꽃을 볼 수 있다.
누가 심고 가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작년에 이어 2년 째 연이어 그 모습을 볼 수 있어 여간 반갑지가 않다.
불과 두 세평 정도의 작은 면적, 그 용도는 알 수 없으나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소중한 꽃이다.
사진 한 가운데 쯤에 보이는 것이 잇꽃밭이다.
틀림없이 칠순 정도는 되었을 할머니가 그 옛날농사 지으며 살았던 떠나 온 고향을 생각하면서 가꿨을 터인데 주변에 옥수수, 상추, 쑥갓,가지, 콩, 토란 등 갖가지 작물을 추억처럼 심어 놓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 2006. 7. 1(토)
'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 보는 신갈나무 꽃 (0) | 2006.07.03 |
---|---|
여의도 샛강의 여름 꽃 (0) | 2006.07.03 |
산자락에는 초롱꽃과.... (0) | 2006.06.25 |
접시꽃과 수국 (0) | 2006.06.25 |
행운목에 핀 꽃 (0) | 2006.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