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같은 꽃
유월 하순,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아직은 내리는 비가 걱정스럽다거나 지겨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저 뜸뜸히 쏟아지는 정도.
서울을 빠져나갈 형편이 못되어 디카를 들고 집 주변을 두어 시간 돌아 다니다가 눈에 띄는 꽃들을 담아 보다.
산자락에 기대고 있는 집 주변과 산책로(등산로) 주변에서 만난 몇 가지 되지 않는 꽃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어 오는 꽃은 접시꽃과 수국이었다. 어릴 때 고향집 주변에서 봤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 꽃들은 하나같이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자태 그것이어서 더욱 사랑스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꽃이 화려하고 향기가 진한 것은 우선 마음을 잡아 당기지만 역시 일시적이고 쉽게 질리지 않는가.
두고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꽃, 그래서 늘 곁에 두고 함께 지내고 싶은 꽃, 그런 꽃이 접시 꽃이다. 도종환의 시 '접시꽃 당신'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고샅을 돌면 적당히 쌓은 돌담이나 토담 가에 피던 접시꽃이지만 도시에서는 어디 그런가. 희미하게 처리되긴 했지만 아피트를 배경으로한 이유에선지 오히려 화려해 보이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가만히 생각헤 보니 이런 접시꽃 같은 꽃은 무슨 "작품 사진 만드는 듯한-" 카메라 조작이어서는 안되고 자연적인 배경을 최대한 살려 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본래의 수수한 자태보다는 역시 화려한 느낌이 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나의 식견과 경험 부족.
이 것 역시 원색의 화려한 배경 때문인지 아무래도 수수함(?)이 떨어진다. 빨강의 겹 접시꽃이라서 더욱 그렇다는 느낌이다.
산자락 어느 집 앞에 심어놓은 수국. 살짝 들여다 보니 마당에는 심을 공간도 없어 보였지만 대문 밖에라도 심어서 지나는 사람에게 고향의 정서를 느끼게 해 주는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여간 따듯하지가 않다.
만개한 꽃이 여간 탐스럽지가 않고 색깔 또한 은은하고 차분하여 오래 들여다 봐도 물리지 않다.
위 확대한 사진. 꽃잎에 얼굴을 갖다대어 살짝 부벼 보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낀다.
꽃은 마악 피우려할 때가 아름답다 했던가. 여리고, 곱고, 수수한 자태가 다만 사랑스러울 따름이다.
접시꽃과 수국 외에,
인근에 있는 몇가지 고향틱(?)한 사진을그냥 덤으로 올렸다.
역시 산자락에 위치한 어느 작은 개척교회 앞 마당에 봉숭아가 활짝 피었다. 땅은 척박했지만 그 속에서도 선명하게 꽃을 피워 낸 가녀린 봉숭아여서 역시 정이 쏠린다.
그 옆의 작은 텃밭에는 가지꽃이 피었고,
그 옆으로의 역시 손바닥만한 텃밭에 피어 난 쑥갓꽃이 예쁘다.
이 호박꽃은 내일 아침에 활짝 피어 벌들을 불러 들이고 이후 날 마다 날 마다 크기를 더 해 가며 자신을 돌보는 할머니의 정성에 보답할 것이다.
시골에서 올라 와 산자락에다 적당히 집을 짓고 정착했을 듯한 할머니는 점점 나이가 들어 가면서 그 옛날의 고향의 흙냄새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토란 밭.
딱 한 송이 피어있는 채송화가 너무 외로워 보여 내가 이 곳에서 매일 쳐다 봐 줄 참이다.
2006' 6. 2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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