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광

아침안개 피어 오르는 관악산

소나무 01 2006. 7. 17. 13:37

 

 

 7월, 비 온 다음 날의 내 집 이야기

 

 

 

 태풍과 장마로 인해 적지않은 피해가 나고 있다. 간 밤에도 줄 곧 비가 쏟아 져 빗소리에 몇번 씩이나 잠에서 깨어 나야 했다.

 

 오전 7시 쯤. 잠자리에서 일어 나 거실로 나가 보니 거실 밖으로는 실로 경이로운 풍광이 펼쳐지고 있어 날 반겼다. 눈 앞으로 보이는 관악산에는 골짜기 마다에서 피어 오르는 물 안개로 인하여 지금까지 봐 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내 집에서 일년에 한 두차례 볼까 말까하는 자연풍광이었다.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삭막한 서울에 살면서 이런 모습을 대할 수 있는 내 집이 오늘따라 너무 좋았고 지금까지 눌러 살고 있음에 일순간 행복하였다.

 수해 때문에 망연자실해 있고 또 지금 이 시간에도 복구작업 때문에 땀 흘리고 있을 여러 사람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거실 밖 풍광은 자연이 만들어서 나에게 주는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글쎄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것인지....   

 

 비는 오는 목요일까지 계속 내린다는데, 모쪼록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길 바라 뿐이다.

 

 

 

 

 

 내 집 아파트 거실에서 좌측 45도 방향으로 바라 본 관악산 원경. 계곡에서 물안개들이 피어 오르면서 구름을 만들고 있다. 흔히 표현하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

 

 

 

 

 위와 같은 방향에서 아래 쪽 건물들을 배제시켜 보았다.

 

 

 

 

 내 집 아파트 정면에서 바라 본 호암산의 아침 안개. 아파트와 같은 인공 조형물과 함께 그런데로 잘 어울리지 않은가 싶다.

 정말이지 서울에서 이런 모습의 정경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내가 살고있는 신림동 이 곳을 벗어나 신시가지 같은 곳을 택해 재테크 좀 해보라고 권하곤 한다. 그러나 인공으로 꾸며진 주거 공간보다는 조금이라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이런 곳이 나는 좋다. 재테크 보다는 이런 '자연테크(?)'가 나에게는 보다 소중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어찌하랴.

 글쎄, 물질은 그저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있는 게 좋지 않은지.

 

 그러하지 않은가. 살림살이가 많은 집은 물건이 돋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집에서는 사람이 돋 보인다고.

 

 

  

 

 내 집 아파트 거실에서 오른 쪽으로 45도 방향에서 바라 본 모습.

 뒤 편에 희미하게 보이는 아파트 스카이라인은 난곡에 있는 소위 산동네를 철거한 후 세워지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이다. 아파트 사이 사이 마다에 숲이 차단막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내개 이 동네로 이사왔던 2000년만 해도 위에 보이는 아파트는 전혀없었고 오직 숲 뿐이었다.

 

 

 

 

 아파트를 나서 도로 쪽으로 가면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시가지로 흘러 들어 가는 도림천이다.

평소에는 수량이 부족하여 건천인 편이지만 비가 내린 다음 며칠 동안은 깨끗한 물줄기를 볼 수 있어서 더없이 좋다.

 평소에도 이 정도의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수로공사가 빠른 시일 안에 착수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계획은 되어 있다지만 관악구로서는 엄청난 재정 부담이 되고 청계천 복원과 같은 치적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것에서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며칠 째 이 곳에 발 담그고 있던 왜가리를 봤었는데 오늘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어린 아이들이 유리병을 들고 피라미를 잡는 모습도 가끔 목격되곤 한다.

 

 

 

 

 

 

이 모습 자체만 보면 서울이 아니라 어느 산천 계곡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만도 하다.

 

 

 

 

 

 도림천변을 따라 가는 자동차 안에서 찍었다. 나는 아침 시간길에 이런 맑은 물즐기를 보며 출근하는 작은 기쁨을 맛보고 있다.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아파트 앞의 숲길로 찾아 간다. 햇빛은 없지만 빗물을 머금은 나뭇잎들이 더욱 초록으로 색을 발한다.

 

 

 

 

 

 

 산책할 정도의 작은 앞 산인데도 어디에선가로 부터 물이 흘러 내려 작은 계곡을 이룬다.

 집 앞 바로 100m도 안되는 곳에서 이런 숲과 물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

 

 

 

 

 

 산자락 밑으로 가꾼 도라지들이 이번 비에 쓰러져 있다. 그러나 꽃은 그동안 그 만큼 봤으니 되었고, 도라지는 뿌리를 수확하는 것이니 그리 애석해 할 일이 아닐 것이다.

 

 

 

 

 아침에 졌어야 할 호박꽃이 오후 1시인데도 잔뜩 비를 맞아 물러진 채로 꽃잎을 오므리지 못하고 있다.

 

 

 

 

 빗방울과 잘 연상짓는 토란. 빗방울들이 영롱한 보석이 된 채로 넓은 잎위를 구르고 있었다.

 

 

 

 

 

 아이구 이런.... 정말 비가 너무 많이 쏟아 진 모양이다. 비둘기 한마리가 비에 흠뻑 젖은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살며시 다가 가니 비둘기는 날개를 퍼뜩거리며 잠시 날다가 다시 주저 앉는다.

 

 

 

 

 녀석도 지쳤겠지만 내가 적이 아님을 알았다는 듯 다시 슬그머니 다가 가 꼼짝않고 바라 보자 녀석도 경계하는 마음을 풀었는지 나를 주시하고 있다.

 어디 적당한 곳에가서 비를 피하고 먹이도 찾아야 할 텐데 그것까지는 배려해 주지 못하다.  

 

  

 

 

 무척 신선하고 싱싱하게 보이는 풍접초.

 

 

 

 

 누군가 밭 가장자리에 일부러 심었을 범부채가 환하게 꽃을 피웠다.

 

 

 

 

 

 범부채는 꽃이 지면 보이는 것처럼 나사 형태로 꽃잎을 조여서 마는 특이함이 있다. 나는 그 것이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인 줄 알았다.

 

 

 

 

 양달개비도 피어 카메라에 담았다.

 

 

 

 

 바위에 떨어 져 쌓인 흙먼지 위로 잡초 하나가 뿌리를 내렸다. 아, 그 끈질긴 생명력이여!

 

 

 

 

 

 아파트 앞 가까이에 있는 약수터. 안골약수터라 이름한다.

 

 

 

 

 

 안골 약수는 비와 관계없이 보이는 것처럼 항상 수량이 풍부하다. 늘 몇 사람 씩 줄을 서는데도 비 때문인지 오늘은 인적이 뜸하다.

 

 

 

 

내 집 아파트 앞 산에서 바라 본 건너편의 신림 2동 주택가 모습.

 

 

 

 

 

 숲 산책길로 들어서는 초입에 누군가 꽃과 채소를 가꾸어 놓았다.

 

 

 

 

 

 밭 가장자리에 가꿔놓은 봉숭아 꽃밭. 틀림없이 고향의 옛집을 그리워 하는 할아버지 아니면 할머니가 심었을 것이다.

 

 "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 보니

   고향 떠난 십여년에 청춘만 늙어 -   "  하시는...... 

 

 

 

 

                                                                                           - 2006. 7. 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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