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다가 되어버린 안타까움 만이...
한달이 채 되지도 않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생활 가운데서도 한강의 여의도 샛강을 찾아 대략 1시간 정도를 머무르면서 그 곳에 피어있는 꽃들을 찍었는데(내 블로그 "숲"편의 '여의도 샛강의 여름 숲', 2006. 7. 2 등재) 혹시나 하는 우려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 장마에 기어히 물바다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샛강에서 불과 보름 전에 만났던 부처꽃과 석잠풀, 자주개자리 꽃 등의 야생화들이 흙탕물 속에 잠겨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비가 그친 뒤 물이 빠지고 나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겠지만 야생화의 그 끈질긴 생명력을 믿기에 그 자리에서 다시 그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야생화 같은 키작은 식물 위에 토사가 쌓여 덮혀 버렸다면 모든 기대가 허사가 되고 만다. 물이 빠지면서 다행히 비라도 함께 내려 토사를 뒤집어 쓴 잎들을 씻어 내 준다면 회생할 수 있을텐데....
어떻든 샛강의 야생화들은 며칠 째 물 속에 잠겨 지금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 K아파트 쪽에서 서북쪽 당산동 방향으로 바라 본 샛강. 장마로 불어 난 강물때문에 키 큰 버드나무들이 반절 쯤 잠겼고, 그 아래 쪽으로 자생하던 각종 식물들이 완전히 잠겨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샛강에 조성 해 놓은 인공 연못도 물론 물에 잠겨 흔적이 없다.
그 곳에서 자라던 큼지막한 잉어들과 게 같은 생명체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그 들만의 생존방식이 있어 같은 물 안에 계속 살고 있는지 아니면 잠시 이동했다가도 특별한 감각으로 다시 제자리로 찾아 오는 것인지. 마치 회귀하는 연어처럼... .
내가 사진을 찍은 강둑 바로 밑으로 사람 키만큼 자랐을 식물이 물에 잠겨 겨우 고개만 내밀어 숨을 쉬고 있다.
여의도에서 파천교(제 2서울교)방향.
맞은 편 쪽에 있는 올림픽 고속도로도 완전히 물에 잠겨 차량 통행이 끊기면서 적막상태에 빠졌다.
여의도 국회 쪽과 영등포구 당산동을 잇는 파천교 밑.
김포공항 올림픽 도로에서 여의도 동쪽으로 진입하는 사잇길에 주차해 둔 버스들과 청소차량이 지붕만 남긴 채 완전히 잠겼다.
이 곳은 평소 차량 통행량이 적어 밤새 주차가 가능했겠지만 운전기사가 기상예보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도 화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샛강이 물에 잠긴 모습만 촬영하고 돌아서기가 아쉬워서 강둑에 피어있는 달맞이 꽃을 찍었다.
저녁 무렵에 피었다가 아침에 지는 달맞이 꽃인데도 다음 날 오전 10시가 지나도록 비를 맞은 채 꽃잎을 닫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간 밤에 달맞이를 하지도 못하고는... .
강둑을 따라 줄기를 뻗은 덩굴식물이 하얀색 꽃을 피웠다. 무슨 꽃인지 아직 이름을 모르겠다.
강둑위 쪽으로 닭의장풀들이 자라 나 파란 색 꽃을 내 밀었다.
강둑 위의 나라꽃 무궁화. 이 빗 속에 나라꽃인 자신을 걱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 생각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빋다.
흰색 무궁화.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소 참 좋은 가로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버즘나무(플라타너스) 길을 찍었다. 차량도, 사람도 통행이 뜸한 곳이다.
여의도 윤중초등학교 앞 도로이다.
- 2006. 7.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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