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집에서 관악산 정상부까지 5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걸었지만 다리가 조금 피곤하다고 느낀 것은 귀가하면서 작은 산 허리를 넘어 주택가 포장도로를 걸으면서부터 였다.
산은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어 지루함을 잊게하지만 자주 오르 내리는 관악산이고 보니 조금 단조롭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긴 하다.
어제 오른 관악산 갓바위 능선 쪽에는 어느 샌가 가을이 찾아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갓바위 봉우리에서 팔봉능선 정상쪽으로 본 모습. 이 곳에 자생하는 참나무에는 어느 새 단풍이 들고 있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산국(山菊)을 찍겠노라고 접사렌즈만을 휴대하였으나 산행길에 산국을 만나지는 못하였다.
갓바위.
갓바위에서 본 신갈나무와 단풍나무 잎. 날씨 때문인지 자라는 곳의 환경 때문인지 단풍나무 잎이 타들어 가고 있어서 근접 촬영은 피했다.
능선 길에서 만난 구절초.
등산객의 왕래가 비교적 적은 이곳 갓바위 능선길에는 가을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구절초가 군데 군데 피어있었다. 향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 같다.
빨갛게 익어가는 팥배나무 열매. 먹이가 없는 추운 겨울철에 이 열매가 새들의 먹이가 되어 줄 것이다.가을의 기분을 한껏 느끼게 해 주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서낭당 성격의 돌탑.
제법 큰 무당거미 한마리가 줄에 걸린 여치를 처치하고 있었다.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갈색의 청설모는 드물게 보는 것이었다. 급발진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던 청설모는 힘들게 올라 온 나를 위해서인지 내가 가까이 다가 가 소리없이 카메라를 들이 댈 때 까지 잔뜩 경계자세를 취하고 있다가는 찰칵- 소리가 나자마자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드문 드문 보이는 억새.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느 나무에도 벌써 가을이 찾아 왔다.
하산 길 관악구립운동장 담벼락의 담쟁이에도 가을 색이 짙어지고 있다.
곱게 물들고 있는 잎사귀.
요즘은 산부추가 제법 눈에 많이 띈다. 땅에서 쭈욱 올라 온 꽃봉오리 때문이다. 부추 맛보겠다고 잎사귀 하나 뜯어 씹었더니만 오랫동안 목 안이 칼칼하였다.
수백만년을 공기와 바람과 비로만 산다는 지의(地衣). 마치 추상화가의 작품처럼 바위 마다에 선명했다.
갓바위 능선에서 바라 본 서울 서북쪽 시가지. 화면을 반분하고 있는 중앙의 능선이 호암산 능선이고 이 능선 가운데 뒤편으로 보이는 아파트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나는 이곳 까지 차를 이용하지 않고 이 능선을 넘어 올라 왔다.
여의도 63빌딩이 보이는 서울 상도동 일대의 아파트 숲.
아침 시간 때문인지 음양의 차가 선명하다. 집에서 6시 40분에 출발하였으니 8시 쯤 되었나 보다.
- 2006. 9.2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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