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6. 폭염 속의 공사 현장

소나무 01 2007. 5. 24. 20:55

 

 

 한 여름의 뜨거운 햇볕아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새 봄에 시작하려 했지만 허가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고생을 자초한 셈이 되어 버렸다. 

 어떻든 착공한 지 두 달 정도가 지나고 보니 애초 설계도면 상의 선(線)들로 이뤄졌던 그림들이 점차 점차 실물로 바뀌어 가며 집의 형태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공정은 느린 편이었으나 대신 튼튼하고 꼼꼼하게 지어지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서두르며 공사를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으나 하루라도 빨리 내 집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조금이라도 공기를 단축시켰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주말을 이용해 공사 현장을  찾아 가 보면 인부 서너사람이 거푸집 작업과 철근 일을 맡아하는 것 같아 한꺼번에 여러사람이 달라붙어 하게되면 빨리 끝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보곤 했으나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었다. 공정에 따른 나름대로의 순서가 있을 것이고 완급도 있을 것이었다. 공사 규모에 비에 어떤 때는 단 두 사람만이 작업을 하고있어 너무 더디다는 생각이었고 추석을 전후해서는 2주일 여 공사를 쉬는 바람에 답답하기도 했으나 후배가 잘 알아서 처리하겠거니 생각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1층 슬라브 공사가 끝나고 2층 골조가 올라가고 있다. 

 

 집짓는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내가 봐 왔던 벽체공사는 시멘트 기초 위에 벽돌을 차곡 차곡 쌓아가며 벽체를 완성해 가는 모습이었으나 현재의 공법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의 내 집은 기둥없이 모든 벽면에 철근을 넣고 거푸집을 만들어 거기에 시멘트를 부어 차곡차곡 채워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시멘트벽돌이 사용되던 곳에 레미콘차에 실려온 반죽이 된 시멘트가 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튼튼하게 지어지는 것은 좋으나 많은 양의 시멘트가 사용되며 두꺼운 벽을 이루어 가는 모습이 친환경적인 것과는 너무 거리가 있구나 싶었고 더구나 자연 속에 살고자 하면서 너무 과다하게 시멘트를 사용하는 것같았다. 그런 모습이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여 벽돌로 쌓지 않고 왜 온통 시멘트로 채워넣느냐고 후배에게 물으니 요즘의 공법이 다 그렇다는 것이었다. 너무 견고한 나머지 마치 철옹성처럼 무디게 보이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요즘은 모두 이런 식으로 집을 짓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보는 내 집은 완전히 숲에 둘러 쌓여있는 듯한 모습이다. 따라서 건물 자체도 목조나 황토집같은 것으로 지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스러움이 은근이 들어지기도 했으나 결국 관리의 편리함과 그리고 건물 자체의 견고함과 내구성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시멘트 조적조 건축물을 선택했다.

 

 공사 중인 집 앞으로 바라보이는 한 쪽 모습. 바로 앞으로는 물품 임시보관소 등의 용도로 쓰일 콘테이너 박스와 땅에 묻힐 정화조 탱크가 보이고 멀리 보이는 야트막한 산은 서동설화와 관련이 있는 오금산이다.

 

 집 진입로 입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경사진 길을 약간 오르면 산길과 연결되는데 아직 다져지지 않은 마사토인데다 약간 경사가 진 탓에 대형 트럭의 바퀴가 자주 묻혀 출입이 어려운 바람에 할 수 없이 바닥에 시멘트를 깔았다.

    

 거실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앞으로 보이는 들판의 논에서 개구리 소리를 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주방의 창문. 집 뒤로 보이는 미륵산 풍광이 한 눈에 들어 와 그대로 액자가 될 수 있도록 넓게 뚫었다.

 

 집 뒤편에서 바라 본 모습이다.

 

 축대를 쌓아 터를 닦고 그 위에 집을 짓는다는 게 그렇게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만큼 지대가 높아졌으니 상대적으로 시야가 더 넓게 확보된 셈이어서 아쉬운 점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아직은 집 앞쪽이 논과 밭으로 조성되어 있어서 바깥 풍광을 시원스럽게 조망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이유로 토지를 구입하긴 했지만 실지로 공사현장의 1층 거실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광이 마음에 들었고 좀 더 시야를 높혀 2층 서재쪽에서 바라보면 멀리 산맥의 능선들이 겹겹이 보여 여간 기분 좋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다가 뒷쪽으로는 미륵산이라는 듬직한 산이 받쳐주고 있고 집 양쪽으로 낮은 산줄기가 날개처럼 집을 감싸고 있는 듯 해서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인근 다른 마을에 마실갔다가 내 집터로 오면 정말 포근하다는 마음이 들었고 겨울에도 북풍을 막아 안온하고 따뜻한 편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집터로는 잘 선택한 것 같았고 구경삼아 공사현장을 둘러 본 사람들도 이리저리 살펴보며 그냥 인사치레라 할지라도 명당자리에 좋은 집을 짓고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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