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5. 내집이 보인다

소나무 01 2007. 5. 24. 20:50

 

 전문 주택 건설업자에게 공사를 맡긴 것이 아니어서 공사가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설계도에서만 봤던 집의 넓이를 이젠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가시화되고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상당히 튼튼하게 지어지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자갈과 콘크리트, 철근 ... 이런 것들이 내가 보기엔 너무 과하다 싶을 만큼 많게 혹은 두텁고 촘촘하게 사용되고있다는 느낌이었다.

 육안으로 들어 난 바닥의 용도별 방의 크기는 왠지 생각보다 작아 보이는 듯하여 이왕이면 좀 더 넓게 설계할 걸그랬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졌으나 막상 완공이 되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유롭게 지켜보기로 했다.

 

 공사를 위해서는 물과 전기가 필수였지만 물은 얼마 전에 파 놓은 지하수로 충분히 공급이 가능했다. 모터 펌프로 퍼올리는 지하수는 몇시간 동안 계속 사용해도 호스로 쏟아져나오는 물의 양이 일정해서 수량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깨끗한 상태의 지하수는 물맛도 좋고 시원했다.

 

기반 작업은 튼튼하게 이뤄지는 것 같았으나 나눠진 방들은 어쩐지 좁아 보였다. 

 

 기초공사를 한 집터 동쪽의 일부분이 원래 경사면이어서 평탄화 작업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매립을 해야만 했다.

 필요한 흙은 따로 구입할 필요없이 진입로공사 현장에서 나온 마사토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점착력이 없는 모래알같은 상태여서 나중에 지반 침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없진 않았으나 그렇게 되더라도 콘크리트 기초가 워낙 튼튼하여 벽에 균열이 간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카시아와 잡초가 무성한 땅이었는데 말끔히 정리되어 그 위로 구조물이 들어서는 모습에 새로운 감회가 일었다.

 

 골조공사를 위해 거푸집과 철근, 목재 등이 들어 와 어느 새 공사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릴 적에 봤던 미국영화에 등장하는 시골집들은 거의가 지하실을 갖추고 있어 나도 적당한 크기의 지하실 하나를 만들어서 곡물이나 채소를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으나 농사를 전문적으로 짓지않는 마당에 얼마나 필요가 있을까 싶어 제외하기로 했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보니 이제 내집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시작이 반이라 했고 보면 머지않아 그리도 소망하던 집이 산자락 밑에 세워지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그것이 중요했다.

 

 집을 짓기 위해 시멘트와 자갈은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들여오는 것인지, 철근은 어디에서 구입해 오는 것인지, 거푸집 작업은 어떤 인부들이 맡아서 하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은 후배가 잘 알아서 해 줄 것으로 믿고 맡겼기에 그런 점에서는 나는 단순히 구경꾼 역할만 하는 셈이었다.

 그런 것들을 하나 하나 첵크하게 되면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후배의 권한과 자율성을 제한하게 되는 것으므로 특별한 사안이 아니면 나로서는 전체적인 얼개만 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내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실내의 공간 배치  (0) 2007.05.24
6. 폭염 속의 공사 현장   (0) 2007.05.24
4. 공사는 시작되고  (0) 2006.09.28
3. 어떤 집이 좋을까  (0) 2006.09.27
2. 그 땅으로 돌아가다  (0) 200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