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4. 공사는 시작되고

소나무 01 2006. 9. 28. 17:36

 산자락 밑 전원에서 살고싶었던 간절한 바람이 현실로 연결되고 있으니 나의 마음은 그대로 풍선이 되었다. 몸은 비록 서울에 있지만 머릿속은 공사가 시작된 현지에 날아 가 있었다. 어떤 식으로 길을 내고 기반작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진입도로는 산자락을 깍아 폭 4m 정도로 개설해야 했는데 중간 부분에 커다란 암반이 있었다. 천공기로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암석자체가 단단한 화강암 상태로 깊게 묻혀 있다면 예상 밖의 시간과 경비가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쉽게 제거가 가능해 진입로 공사를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 땅의 토질은 대부분 마사토여서 작업을 비교적 쉽게 진행될 수 있었으나 흙 자체의 점착력이 떨어지다 보니 경사진 곳의 경우는 빗물에 쉽게 파여 쓸려 나가는 단점도 있었다. 비가 올 경우 배수가 쉽게 되고 질퍽거리지 않아 좋았으나 대신에 너무 척박한 땅이다 보니 작물 재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집이 들어서는 자리 일부와  뒤안의 땅은 토질 상태가 그런대로 좋아 텃밭으로의 적절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착공한지 얼마 간의 시일이 지난 후 주말을 이용하여 급한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내려 가 보니 진입도로가 말끔하게 닦여 있어 타고 간 차로 마당 안까지 곧바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임야에서 대지로 전환한 440평 정도의 토지 정지작업도 이미 말끔히 끝나 있었으며 흙을 채워 평면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동쪽 부분 경사면의 석축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집터 동쪽의 배수로 부근

 

 

 

  기반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지신(地神)에게 고하는 게 옳은 것 같아 음식과 술을 간단히 준비하여 고사를 지냈다. 

 

 

 내가 직접 선택한 집터에다 내가 구상한 대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정말 뿌듯하고 신나는 일이었다. 마음 속에는 이미 집이 지어져 있어 이미 그 안에 살고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였다. 생각 그 자체만으로는 정말이지 날마다 이곳에 상주하며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지으며 틈나는 대로 꽃과 나무 그리고 채소같은 것을 가꾸고 싶어졌다.

 하지만 일주일의 대부분은 직장이 있는 서울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었기에 틈나는 대로 현지 후배와 자주 통화를 하며 진행상황을 첵크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다시 주말이 되면 아침 일찍 익산에 내려 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며 진행 상황을 챙기는 그런 형태의 집짓기 일이 반복되었다.

  

 공사를 위해 임시로 설치해 놓은 콘테이너. 한시적으로 사용할 것이라서 임대나 중고용품을 알아 봤으나 여의치 못해 나중에 적절히 처리하기로 하고는 아예 새 제품을 구입해 버렸다. 값은 170만원.

 

 물품보관 등을 위한 임시 거처로 쓸 콘테이너 박스를 설치하고 전기를 끌어 들였다. 그리고 지하수를 개발했다. 지하수는 지하 30-40m정도를 파 내려가면 양질의 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수맥전문가로부터 사전 감정을 받아 놓은 바가 있었다.

 그런데 15m 정도를 파 내려가자 많은 양의 수맥과 만날 수 있었다. 펌프로 종일토록 뽑아 올리는데도 일정한 수량으로 맑은 물이 계속 쏟아져 나왔고 물맛도 제법 좋은 편이었다. 생활용수로 쓰기에는 충분했다. 수맥이 암반 위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수질검사 의뢰 결과 특별한 유해물질이 없어 음용수로도 족했다. 대장균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채취시기와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있다는 것을 서울 인근 약수터를 돌아 다니며 이미 알고 있던 터라 그게 걱정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보다 안전한 식수확보를 위해 암반층을 떠 뚫고 파 내려가야 할지를 두고 조금 고민하다가는 그냥 그 정도의 수질로 만족하기로 해버렸다. 사실 평소 우리는 대장균으로부터 얼마나 노출되어있는가. 이건 예전의 우리네 우물 물보다 훨씬 위생적인 게 틀림없지 않은가. 그럼 됐다 싶었다.

  더우기 양질의 수질을 얻기 위해 보다 깊이 암반을 뚫고 내려 가려면 만만치 않은 개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참고로 물었더니 지하 100m 정도 뚫고 내려가려면 개발공사비로 1,200만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지하수를 얻기 위해 갖다 놓은 지하수 개발 장비.

 

 기초공사를 위해 자갈과 시멘트가 들어 가고 벽체를 만들기 위한 거푸집 공사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서울의 대형 전시관에서 전원주택 관련 자재들을 아내와 함께 구경할 수있는 기회가 생겼다. 벽돌과 창호, 타일, 욕조, 수도꼭지 등등 작은 규모의 자재에서 부터 통채로 지어진 목조주택과 원두막에 이르기 까지 주택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자재들이 출품되어 눈길을 끌었다. 우리로서는 처음 보는 편리하고 신기하며 기능성이 뛰어난 제품들이 대량으로 전시되고 있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어떤 자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건축비의 비용규모가 좌우되는 것이었다.

 45평에 달하는 내 건축물의 경우 창호를 어떤 제품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천만원의 건축비 차이가 발생한다. 떄문에 전문 건축업자와 계약하여 집을 짓더라도 사용되는 자재에 따라 건축비가 크게 차이날 수 있었다. 때문에 양심바르지 못한 시공업자 입장에서는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해 값싼 자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부실 시공에 따른 날림집이 될 것이라는 계산 역시 뻔한 것이었다. 

 . 나는 실지로 친구와 함께 평당 180만원에 짓는다는 전원주택 공사 현장을 찾아 가 잠깐 구경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자재가 하급 상태여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은 적당히 처리는 등의 그야말로 부실 그 자체여서 평당 건축비가 적게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오류를 방지해 보고자하는 의미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후배에게 건축을 의뢰했었던 것이다

 

 나는 공사를 시작하면서 대략 평당 300만원 선의 건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계상해 보았으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러하듯이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아무래도 돈이 더 들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45평 건물에 대략 1억 5천만원 정도의 건축비가 들어 갈 것으로 예상했으며 그렇다면 평당 37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마음먹고 있었다.

 

 어떻든 현장에 있는 후배가 이 부분은 꼼꼼히 첵크해 가며 일하고 있어 예상 밖의 건축비가 들어 가더라도 최대한의 절약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고강도 철근을 구입하면서 덤으로 몇 개 더 얻어 왔다고 한다든가 레미콘 차량 1대 물량 비용이 31만 6천원인데 30만원으로 깎았다든가 하는 그런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가능하리라고 여겼으며 나중에 그런 노력에 대한 상응하는 수고료를 후배에게 건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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