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골조만 보여 그저 삭막하기만 하던 집의 형태가 골조 바깥 쪽으로 벽돌이 쌓여지게 되면서 비로소 집다운 분위기를 풍겨주게 되었다. 마치 마네킹에 새 옷을 입혀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벽돌은 연한 갈색으로 구입을 했다. 평소에 벽돌을 사용하여 지어져 있는 여러 건물들의 외벽을 관심있게 살펴보면서 색상을 생각해 보았는데 제일 무난한 것 같았다.
외벽에 벽돌이 입혀지기 시작하자 비로소 집다운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오른 쪽으로 보이는 하늘색 지붕의 콘세트 건물은 이웃집이다.
시멘트 골조와 외벽을 쌓는 벽돌 사이에 80mm 두께의 단열용 스치로폼이 끼워지면서 확실한 단열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지붕의 경우도 시멘트 골조로 처리했다. 평면 형태의 지붕이 아니라 삼각형태의 경사진 지붕이었고 보니 시멘트를 부어 응고시키는 작업이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이런 형태로의 시멘트 지붕 처리를 '고야'라고 호칭하던 것 같았는데 아직도 일본식 건축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어 일본식 표현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런 형태의 지붕처리는 경비가 더 들어가고 까다로운 편이어서 매우 드물다는 것이었다.
시멘트 골조작업의 더딘 과정에 비해 벽돌 작업은 불과 사나흘만에 끝나버릴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
그 만큼 숙련된 기술을 가진 작업 인부들이었는데 단 한 개도 허투루 쌓아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노련한 전문가들이었다. 소위 날품팔이로 불리우는 일용 잡부의 경우는 책임감이 없기에 대개 시간만 때우느라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요령을 피우곤 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해야 할 책임이 정해져있어 그런지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여기 일을 끝내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또다른 작업장으로 가야 하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었다.
삭막하던 건축물이 한결 부드럽고 품위있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비로소 정말 내가 원하던 집이 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기단부는 화강암으로 돌렸는데 자연미를 낸다하여 화강암을 일부러 쪼아 모양을 낸 혹도기라는 이름의 돌을 붙여 중후한 느낌이 들어지도록 했다. 또 현관 출입문 쪽으로는 3단의 계단석을 쌓았다.
후배는 집을 지으면서 한편으로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빈 땅 한 켠에다 김장용 배추와 무우를 심어 가꾸고 있었다.
건축 현장을 찾은 아내는 집도 집이지만 후배가 농사지은 채소밭의 무우와 배추에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주부의 근성은 어찌할 수 없나 보다. 결국 몇 포기 얻어내고 있다.
집 뒷면의 스치로폼 입히기와 벽돌쌓기 공사.
미륵산 자락 밑으로 자리 잡은 내 집 . 왼쪽 가운데 숲으로 둘러 쌓여 있다. 수확이 끝난 들녘은 점차 휑해지고 있다.
산자락밑에 지어지고 있는 집은 특별한 이질감없이 주변의 자연경관과 그런대로 어울리는 것같이 보여 다행이었다. 복잡하게 모양을 내지않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였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겠지만 지붕선을 뒷편의 미륵산 능선과 비슷하게 처리한 것이 그런 느낌을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떻든 내가 마음먹었던 자리에 집을 얹히고 보니 바라볼 때 마다 기분이 흡족하였고 공사현장에서 빠져 나와 멀리에서 내 집을 바라보며 ' 저 집이 바로 내 집이려니... '하는 생각에 기분은 더욱 좋았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 집과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며 제3자의 시선으로 들여다 본다는 것 그 자체가 묘한 기쁨을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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