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예초기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한바탕 잡풀들을 때려 눕혔는데도
엊그제 뒷동산에 올라 보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그 자리에 순박한 구절초가 환하게 피어 있었다.
그 끈질긴 생명력이 놀랍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는 풀들을 단순히 잡초라고만 여기며 무참히 짓밟아버린 주인을 미워하지 않고 고운 자태로 얼굴을 내민 구절초에게 다만 미안할 따름이다.
구절초가 피어있는 그 옆으로
무더기로 피어 난 여뀌가 연분홍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 2007.10.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