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었으니 이제 밭을 만들어야 했다. 구입한 전체가 임야였던 탓에 밭이라곤 아예 없었다. 대지로 전환한 자투리에 손바닥만한 크기라도 할지라도 밭을 만들어야 했다. 뭔가를 심고 가꾼다는 것 역시 나의 평소 소망이었으니까.
집 바로 옆 양지바른 곳에 밭을 꾸몄다. 외부에서 들여 온 황토로 경사진 곳을 메꾸고는 그 위에 밭을 만들었다. 2007년 초봄.
밭 가장자리를 아내가 벽돌로 두르고 있다. 그저 우리의 이상만을 한번 실현해 보는 어릴 적 소꿉장난같은 것이었지만 기쁘기만 했다.
장독대 옆으로 꾸민 또 하나의 손바닥만한 밭.
잔디를 듬성 듬성 심어 놓은 앞마당처럼 밭도 그저 엉성하였다. 그 곳에 상추씨앗을 뿌렸고 시장에서 먹거리로 구입한 대파도 시들음 방지를 위해 가식해 놓았다. 거름 넣은 것도 없이 씨만 뿌리면 모든 게 절로 자랄 줄만 알았던 완전 초보농사꾼의 텃밭이었다.
풀과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할 무렵 마당 앞 쪽으로 또 하나의 밭을 꾸미기로 했다. 잔디밭만 넓게 하는 것 보다는 일정 부분 텃밭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도시에서 술집에 드나들며 썼던 돈에 비에 움켜잡은 쇠스랑은 4천원에 구입한 것이었고 삼발이는 3천원이었으며 호미도 3천원.... 따가운 햇빛을 막기 위한 밀짚모자도 3천원...텃밭 농사는 나에게 돈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 주기도 한 값진 것이었다.
운동화는 아들 녀석이 신고 다니던 거의 수명이 다한 것이어서 함부로 신으며 작업할 수 있었고 평소 잘 입지 않던 옷가지들은 작업복으로 효용가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팔을 중심으로 온몸을 움직이며 노동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