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붙었던 땅이 풀렸다. 삼월 첫 날이고 보니 이제 봄이다. 파 묻은 김장독에서 꺼내 먹던 김치 맛을 잊을 수 없어 두 해 전 작은 항아리 셋을 묻었다. 항아리 뚜껑을 열고 고무줄로 묶은 비닐 커버를 벗겨 내어 배추 김치를 꺼내 먹던 추억이 아련하다.
김치 맛 보다는 그 옛날의 어머니 아버지 생각에 코 끝이 시큰해 지곤 하지만 지내다 보니 이제 필요가 없어 졌다. 식구가 적으니 김장의 양이 형편없이 적을 뿐 더러 주방에 있는 김치 냉장고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퇴비는 농약상에서 포대당 3천원에 구입한다. 이웃에 부탁하여 농협을 통해 2천원 대에 구입할 수도 있으나 나는 농사 전업도 아닌데다 한 철에 몇 포대 쓰지도 않는지라 그것도 이웃에 불편을 주는 것 같다. 퇴비의 효과는 눈으로 확인이 되는지라 농사에 꼭 필요함을 느낀다.
앞 쪽의 포대 더미는 지난 해 제초작업을 통해 퇴비를 만들어 놓은 것이고 멀리 뒷 쪽의 포대 더미는 지난 해 수확한 무를 묻어 둔 무구덩이 이다.
쇠스랑으로 흙을 깊이 파며 퇴비를 뒤 섞는다. 적당한 육체 노동은 언제나 내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주고 있다.
그러나 주말 시간 만을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고 보니 늘 시간에 쫓기는지라 아침 식사 후 현관 문을 나서면 뭣인가 농기구를 들고 밖에서 일하며 종일토록 서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 식욕이 왕성해 지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그 때마다 달콤하고 맛있는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 2009. 3.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