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웃기는(?) 프로그램을 밤 9시 뉴스가 방송되는 같은 시간대의 바로 옆 채널에 편성하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뉴스의 위세에 눌려 기를 못 펼 줄 알았던 이 프로그램이 뜨기 시작하면서 요지부동의 9시뉴스 시청률을 잠식해 버린 것이다.
방송사가 밤 9시 뉴스에 쏟아 붓는 공력은 절대적이고 그로 인한 영향력 또한 만만치가 않은데 예상 밖의 일이 터지게 되었다. 이 개그 프로그램의 방송시간대를 옮겨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되었지만 콘서트 형식을 취한 이 프로그램이 채널이미지와 광고 등에서 뉴스를 상쇄시키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내는 바람에 결국 없던 일로 묻혀 버렸고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욱 좋아지고 보니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개그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만들게 되었다.
자신이 망가지거나 남을 비비 꼬아대던 과거 코미디를 유치함이 섞인 구태라고 하면 조금 미안하지만 요즘의 개그 프로그램들은 상대적으로 아이디어와 독창성이 뛰어나고 수준 이상의 사회풍자가 있어 인기가 넘친다. 거기에 연기자들의 순발력과 관객들의 호응까지 합쳐져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젊은 층이 주된 출연자들인지라 가끔 처음 대하는 신조어나 유행어, 몸짓 같은 것이 튀어나와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앞뒤 분위기를 꿰맞춰보는 경우가 생기곤 하나 그것이 젊은 세대 특유의 풋풋하면서도 건강함을 대하게 되는 것 같아 오히려 더욱 흥미가 있다.
그런 개그 프로그램을 젊은 층에서만 선호하는 그렇고 그런 프로그램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최근까지의 시청층을 분석해 보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연령층은 30대로 나타나고 있고 남성 여성할 것 없이 1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시청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네 식구가 사는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편차가 거의 없이 모든 연령층을 망라하여 개그 프로그램의 인기몰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해 웃음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으로 이해가 된다. 반가운 일이다. 그저 앞만 바라보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변화 없고 건조한 일상을 TV앞에서나마 훌훌 털어내 버리고 싶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웃는 표정이 억지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고 마음이 편안하고 평온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고 보면 이제는 삶의 질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많아졌고 행복지수도 그만큼 높아져 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 해서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가정 내부를 들여다보면 특히 휴대전화나 컴퓨터 같은 세대 간의 차단벽 때문에 가족 구성원간의 단절과 자폐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해 볼일이다. 그러나 얼짱이나 지름신같은 말이 이제는 보편화 되었듯이 그때 그때 유행하는 용어 몇 개 정도나마 알고 지내면 서로의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고 웃음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과 다르게 웃을 줄을 알고 남을 웃기기도 한다. 웃으면 엔돌핀이 돌아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살짝 던지는 개그 하나가 집안에 생기를 돌게 한다.
TV라는 매개체가 대화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가정에 웃음과 행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오월에는 집집마다 개그가 풍성해졌으면 한다.
(2007. 5.10.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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