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했던 이야기

입신(入神)과 입신(入身)

소나무 01 2009. 12. 29. 11:58

 

   

                                                                                     

 

  

 대부분의 대학이 이번 주에 졸업식을 끝냄에 따라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로 쏟아 져 니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들어서야 할 취업의 문은 여전히 굳게 잠겨 있어 일자릴를 얻기 위한 경쟁이 몹시도 치열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심한 경쟁을 뚫고 올 해 백 명 정도의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학연이나 지연을 내 세울 일은 못되지만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어 고향 쪽 출신을 살펴 보니 몇 사람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지방대학의 핸디캡을 딛고 학과와 실기, 그리고 합숙평가, 면접 등의 까다로운 전형과정을 통과하여 입시하였기에 더욱 정이 쏠린다.  이들은 일단 안정적인 급여와 신분을 확보하게 되었으니 취업난 시대의 요즘 유행어로 치면 신의 아들이 된 것 아닌지... 어떻든 남보다 더 노력한 결과로 신도 모르고 신도 가고 싶어 한다는 선망의 직장을 구하여 그야말로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 취업자들과 비록 모자람이 있다 할지라도 나름대로의 직업을 갖게 된 사람들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그렇지만 한 사람 당 30군데 이상에 이력서를 제출하고서야 겨우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응답자의 45%이상이나 된다는 한 취업관련 사이트의 통계와 취업률이 좋다는 어느 전문대 입시에 석 박사를 포함한 무려 700명이 넘는 대졸 고학력자가 몰렸다는 기현상에는 그저 경악할 따름이다.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문이 열릴 것이라고 얘기들 하지만 현재 구직난을 겪고 있는 사람만도 전국적으로 120만 명 정도에 달한다 하니 이런 암담한 현실 앞에 누군들 신의 가호를 기원하지 않겠는가 싶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태백이나 어둠의 자식들로 분류되어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나도 젊어 한 때 이태 동안 무위도식한 바 있어 백수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고도 남는다. 하여 불투명한 구직활동이 계속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상실하거나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러 대인기피증까지 보이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부단히 경계해 주길 바랄 뿐이다. 

 

 한편으로 대학에서는 강의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 마저 취업실적을 위해 현장을 뛰고 취업률을 부풀려 홍보해야 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취업률이 신입생 충원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학과의 존폐는 물론 학교 경영과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해한다. 내가 방송사에 근무하고 있기에 무슨 영향력이라도 있을까 싶어 가끔 부탁을  해오는 이가 있지만 모두들 힘들어 하는 저간의 상황에서 취업문제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신을 찾아야 할 만큼 역부족인 것을 어찌하랴. 그 이전에 주변에 얽혀있는 이런 저런 연분을 찾는다는 게 사회적인 병폐 아니겠는가 싶어 섣불리 나설 수가 없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정부도 어찌하지 못하고 있으니 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취업문은 결국 당사자 스스로가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취업문제에 당면한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투지와 패기를 잃지 말고 칠전팔기의 도전과 자랍정신을 최대한 발휘해 주길 기대해 본다.

 

 우리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했지만 그러나 열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없다고 했다. 선택은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고향출신 젊은이들이 어떤 연분이나 신의 도움없이도 당당히 입신(入身)하여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내 주변에서 자주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취업준비자들이여 부디 힘과 용기를 잃지 말기를. 아자! 아자!     

 

                                                                                                             (2007. 2.22.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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