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2010 경인년 새해 첫날을 맞이하다. 다시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한다는 것 때문에, 올 해는 좋은 일만 있게 해달라고 무한한 능력을 가진 누구에겐가 무수히 기원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 반성헌다.
나 아닌 다른 누구를 위해 기원해 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우선은 나부터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사흘 연휴를 고향의 내집에서 보내기 위해 직장 일로 바쁜 딸아이만 빼 놓고 내려 오다. 눈이 내린데다 날씨마저 몹시 추워 바깥 활동이 사실상 무리였다. 적당한 몸일을 해야 하는데...
집 뒤의 미륵산에 올라 새해 첫 일출을 볼까 생각하다가 역시 날씨 때문에 포기해 버리다.
벌써 나이 들었단 애긴가 아니면 과거 여기에서 해맞이를 한 일이 있으니 구태어 또 오를 필요있겠는가 하는 게으름의 행태인지...
그러나 내집에서 직접 일출을 대할 수 있다는 안이함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거실 창 밖으로 저 쪽 진안 운장산 줄기에서 새해의 아침 해가 밝아오는 모습을 무연히 바라보다. 집 안에서 일출을 대할 수 있다는 게 사실 얼마나 큰 행복인가.
하여 고향 산자락에 마련한 내집에 대한 소중함과 존재감을 다시한번 느껴 보다.
온통 새하얗게 변한 마당에 나가 참으로 오랫만에 빗자루를 들어 눈을 쓸어 보다. 다만 신비롭기만 한 눈밭에
새로운 길을 내는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 그러나 눈이 제법 쌓여 빗질하기가 쉽지는 않다.
나무 마다에 하얀 눈꽃을 피우고. 이 정도는 눈꽃이 아니라 솜으로 장식을 한 셈...
너무 아까워 발자욱을 한 번 내 보다. 뭔가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인지... 얼마 후면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을...
새삼 퇴설(堆雪)의 의미를 새겨 본다.
유리창에 성에가 낀 모습도 오랫만에 보다. 차가운 날씨에 온기가 없었던 방이었으니 그럴 수 밖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북쪽 창에서.
성에가 없으면 창 밖으로 이런 모습이 보인다. 산 7부 능선 쯤에 보이는 건물은 서동과 선화공주가 이 곳에
주석하던 스님으로 부터 미륵사 창건 비법을 전해 받았다는 사자암이다. 지금은 사자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새의 아주 작은 깃털같기도 하고 나뭇잎 같기도 한 성에의 아름다운 문양들.
새해 첫 날 금마성당에 가다. 나의 새로운 의지를 다짐하며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행운을 소원하다.
봉헌과 함께 내가 받은 쪽지에는 "서로 뜻을 같이 하고 평화롭게 살라"는 말씀이 들어 있다.
실천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
. 카 머
거실에서의 일출 모습을 아들과 교대로 촬영하는데 아내가 빠졌다. 해가 더 오르기 전에 주방에 있는 아내를 급히 불러 함께 해맞이를 하다.
아내 머리 위로 서광(?)이 비추이는 것을 보면 올 해 좋은 일이 좀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오늘 밤에도 뜨끈 뜨끈한 방에서 따뜻하게 자야 한다.
시골에 왔으니 이런 운치라도 즐겨야지. 황토방에 불을 넣으며...
- 2010. 1. 3(일)
'내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크 칠 작업 (0) | 2010.02.01 |
---|---|
땔감을 마련하다 (0) | 2010.01.16 |
대나무 필통을 만들다 (0) | 2009.12.19 |
세밑의 겨울풍경 (0) | 2009.12.19 |
나무계단에 락카 칠을 하다 (0) | 2009.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