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내리고 많이 춥다는데 내려가지 말까 하다가 그래도 일종의 의무감같은 것 때문에 버스 편으로 시골집으로 내려기다. 천안 쯤 부터선가 눈쌓인 모습이 야산에 보이고 더 아래로 내려갈 수록 희끗 희끗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익산IC 버스정류장에 내려서는 집에까지 시내버스 편이 뜸하여 택시를 타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어서 보일러를 가동시켜야지 하며 현관문을 여는데, 아불싸! 문이 열리지 않는다.
도어록의 건전지가 한파때문에 일시에 소모 되어버린 모양이다. 건전지를 미리 교체해 놓지 않아 약간 걱정을 하고 왔는데 현실이 되어버렸다. 두번 째 겪는 일이다.
다시 시내로 나가 응급처치용 9V 등 두 종류의 건전지를 사 와 문제를 해결하다. 추위엔 건전지의 소모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을 깜빡했었다.
새벽 4시에 눈이 떠 졌으나 실내 공기가 차갑다. 밖은 더 추울 것이어서 이불 속에서 꼼짝않고 누워있다. 이렇듯 차가운 방에서 견뎌보는 것도 잊고 지냈던 겨울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어릴 적 내집에는 자리끼가 얼어 붙고 유리창에 성에가 허옇게 끼지 않았던가. 부엌마루의 걸레는 항상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어머니는 설겆이와 빨래같은 것을 그 찬물로 어찌 다 하셨는지... 두텁게 얼어붙은 수조의 얼음을 깨고 세수하지그러지 않았던가...
6시에 일어 나 아침을 챙겨 먹고 일할 태새를 갖춰본다. 7시가 넘어서야 햇살이 비쳐 온다.
간밤에 살짝 눈이 내려 지붕을 하얗게 만들었다.
연못의 물도 꽁꽁 얼어붙었는데 다행히 땅에 묻은 급수관은 얼어붙지 않아 잔뜩 웅크리고 있을 금붕어들에게 따뜻한 지하수를 공급해 주다.
까치떼가 이 열매를 아직 남겨두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하얀 눈을 얹은 피라칸사가 더욱 정열적으로 보여 아름답다. 겨울철 이런 모습 보고싶어 이 나무를 심은 것이다.
해당화 열매도 제법 많이 남아있어 겨울꽃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하나 남겨 놓은 까치밥. 약간만 쪼아 먹어 색다른 겨울의 운치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고창 선운사 입구 노점에서 5천원에 구입했던 돈나무가 겨울에도 싱싱한 잎을 자랑한다. 그 때 그 사람은 분명 "만리향"이란 이름으로 팔았는데 향기가 좋다는 꽃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소식이 없다.
예쁜 눈꽃을 피워 낸 반송.
두 종류의 상추는 거의 눈 속에 파 묻혔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꼬들꼬들한 잎이 오히려 미각을
돋궈 줄 지도 모르겠다.
말그대로 "옹기종기"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독대. 예전처럼 용도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시골살이의 맛이 아닐른지...
가끔씩 별미로 하겠다고 성장이 좋지 않았던 배추들을 몇 군데에 그대로 놔 두었다. 봄동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노란 꽃을 피워 봄을 알려주기도 할 것이다.
번식력이 강한 개옻나무를 간벌했지만 그냥 땔감으로만 쓰기가 뭣하여 잔가지를 끈으로 묶어 그 위에 올려서는 뒤란의 간이 의자로 사용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사철채송화"다. 쉴새없이 꽃이 피는 그 잉태의 힘도 대단하거니와 추위에도 얼지 않는 생명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런 한파에도 꽃의 형태를 들어 냄이 안쓰럽기만 하다.
베어 놓은 참나무에 처마물이 떨어 져 내려 그대로 고드름을 만들었다.
그래도 봄은 오는가. 양지바른 곳에 뿌리를 내린 민들레가 애잖은 모습으로 노랑꽃을 피웠다. 3년 전 그저 휑하기만 하던 집 마당에 민들레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아 길가에서 한 포기 캐어 심었는데 지금은 온 마당으로 퍼져 오히려 적당히 제거하기에 바쁘다.
- 2009. 12.1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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