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공개 모집
지난 3월 초 어느 일간 신문에 눈에 띠는 1단 짜리 기사가 있었다. MBC에서 TV리포터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의 리포터 공개 모집이었다.
현재 TV매체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리포터들은 대개가 연예인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담당PD에 의해 필요에 따라 수시로 선택되어 방송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인 선발은 최근에 볼 수 없었다.
리포터가 PD에 의해 수시로 기용되고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누구나 리포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리포터로 활동하기가 그만큼 용이하다는 것이기도 해서 굳이 공개적인 형태로 선발할 필요성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 TV리포터를 공개 모집한 것은 지난 97년 SBS가 마지막이었는데 3년 정도가 지나 이번에 MBC에서 다시 공개 모집키로 한 것은 봄철 새 편성에 따라 리포터 수요가 많은 아침 시간대의 대형 생활정보 프로그램 신설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TV를 볼 때 마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기존 리포터들이 주는 식상함에서 벗어나 어딘가 참신하고 능력 있는 새 인물을 발굴해 보자는 의미가 보다 크지 않나 싶다.
그 동안의 리포터들은 공개 선발이라는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대개 연예인 신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특별한 활동 없이 쉬고 있는 사람, 또는 미모를 위주로 하는 각종 선발대회 출신 등 주로 젊은 여성층을 대상으로 기용하여 리포터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스피치 교육이나 카메라 적응 훈련 등만을 시키고 방송에 활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개 인지도가 있거나 외모가 아름답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연예인 같은 경우는 방송에 대한 일정한 감각이 있고 방송 활동에 익숙해 져 있어서 곧바로 리포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식견이나 경험이 부족한 편이어서 취재현장에서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질문이나 리포팅을 하여 리포터로서의 한계를 들어 내 보이는 것은 물론 방송의 품위까지 손상시켜 시청자에게 실망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교양과 지식이 필요한 내면의 아름다움보다는 TV매체라는 것을 의식해서 오히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리포터로서의 주된 임무인 현장 스케치나 대화 내용 등에 소홀히 하는 편이었다. 농어촌 지역의 생업 현장에 취재를 가면서도 지나치게 화려한 옷차림이나 화장 등을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거나 인터뷰를 할 때 주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피상적인 질문만 던지는 그러한 류의 사례를 말한다.
따라서 리포터를 공개 모집한다는 것은 전문 방송인으로서의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걸쳐 선발하여 방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는데 그것은 리포터가 시청자를 위해 존재하는 공인이기 때문이다.
TV리포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
외국의 경우 리포터라고 한다면 보통 기자를 의미한다. 취재 현장에 나가 리포팅을 하게 되면 통칭 리포터라고 이름 한다. 예를 들어 보도 프로그램에서의 방송 기자를 대부분 리포터라고 지칭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방송사에서 일하는 정규 직원인 PD나 기자, 특히 아나운서를 대신해서 현장에서 취재활동을 하고 그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지칭되기 시작했고 이후 이들의 역할과 위상이 날로 확대되어 가면서 지금은 방송분야에 전혀 새로운 신분의 직종으로 정착되어 있다. 프리랜서 개념의 완전한 독립적 존재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날 전문 직업인으로 자리 잡게 된 리포터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스텝 가운데 한 요소로 참여하여 제작자의 의도하는 바를 염두에 두면서 현장 취재를 주도해 간다. 제작자가 굳이 리포터를 프로그램에 운용하고자 하는 것은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리포터를 활용하게 되면 훨씬 흐름이 유연해 지면서 전달효과가 좋아진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전달효과가 좋다는 것은 편집되어진 화면에 아나운서나 성우의 음성으로 해설을 덧붙이는 정형화 된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보여 주거나 아나운서나 기자 또는 PD등이 리포팅을 한 내용물을 보여 주는 것에 비해 리포터가 참여하게 되면 신선함과 활기가 느껴지게 되며 같은 표현이라 할지라도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우며 격식에 얽매인 것 같아 보이는 것에서 훨씬 자유스럽고 부드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독특한 흡인력을 갖는다.
현재 방송사에서 제작하고 있는 교양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정보 전달 차원에서 내용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고 오락프로그램에서는 아무래도 흥미 위주로, 그리고 보도에서는 시사적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프로그램 구성의 흐름에 있어 교양, 다큐, 정보, 버라이어티 등 서로간의 경계가 없는 혼합적인 융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말하자면 오락 속에 정보와 지식과 교양이 있고, 교양 속에 오락이 들어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철저히 시청자 위주의 재미있는 내용 전달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으며 시청자들이 그만큼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달 방식에 있어서도 모두를 혼합한 다양한 차원에서의 내용 전달이 필요해 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리포터의 역할과 필요성이 요구되며 지금까지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리포터로서의 기여도가 인정되고 있다 하겠다.
1980년대 초부터 본격 활동
우리의 TV프로그램은 198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리포터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그렇듯 방송 내용이 많이 흥미로워지고 다양화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형태의 프로그램 제작 기법상의 변화와 하드웨어를 이루고 있는 각종 방송 시설과 장비의 발전, 방송시간량 증가와 엄청난 양의 수상기 보급 등으로 인해 TV가 우리 일상생활에 친밀하게 다가 온 점도 있지만 이들 리포터들이 취재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게 방송활동을 전개함으로서 그동안 정형화되고 경직되어 있는 듯한 메시지 전달 방식을 새롭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1981년 5월부터 TV의 아침방송이 부활되기 시작하면서 방송사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후 9월부터 시작된 KBS 2TV의 대형 생활정보 프로그램인 ‘상쾌한 아침입니다’부터 전문 리포터가 방송 일선에서 처음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KBS의 ‘생방송, 전국은 지금’ ‘전국일주’나 MBC의 ‘차인태의 출발 새아침’ ‘기차타고 세계여행’ 등이 그러한 프로그램이었다.
리포터 등장 초기에는 부족한 방송 인력의 대체 인력으로 방송 현장에 투입되었지만 이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인해 방송이 한결 친숙하게 시청자에게 다가 선 것만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아나운서나 기자 등의 방송 정규 인력에 비해 방송사 상하 관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스러움에다 근엄해야 된다든지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든지 하는 특별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말솜씨나 제스처 등에 있어 전달 방법이 훨씬 부드럽고 자유스러우며 용모와 음성에 있어 보다 친숙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색다르게 어필하는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리포터가 하는 말의 속도만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2배 정도가 빨라 져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전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리포터는 무엇보다도 현장상황을 정확하고 실감나게 스케치해야 하는데 이들은 순간적인 기지와 재치를 발휘하고 자연스러운 표정과 제스처, 쉽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이끌어 가고 있다.
누가하면 좋을까
프로그램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예를 들어 아침 시간대에는 신선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젊은 여성 리포터의 빠르고 활기있는 리포팅으로 처리하고 있는 편이다. TV는 아무래도 보여주기 위한 매체다. 용모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특별한 관심거리여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만나보고 싶다든지 대화를 해보고 싶다든지 하는 자연스러운 욕망을 나타낸다. 아침 시간에 목소리가 맑고 용모가 아름다운 여성 리포터를 대하면 누구나 기분이 좋을 것이다. 이지적으로 보인다든지 섹시하다든지 현모양처형이라든지 하는 각양각색의 평가를 하면서 호감을 보이지만 ‘못생겼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호감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TV에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과 자존심을 무시하는 처사일 수 있지만 어떻든 사람들은 보기에 편안하고 매력이 있는 용모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시간대에는 더욱 그렇다.
시사나 역사물 등은 대개 신뢰감이 가는 인물을 원한다. 프로그램 안에 담는 내용의 비중이 그렇기 때문이다. 김병모, 민용태, 최인호, 신경림, 고원정 등등 주로 교수나 문인 등이 리포터로 나서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반 교양프로그램의 경우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저명인사나 연예인 등을 막론하고 폭넓게 선택해서 리포팅을 맡기고 있지만 연예 오락물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재치와 순발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KBS의 ‘TV는 사랑을 싣고’ 프로그램 이후 ‘자장면’시리즈로 일약 유명세를 탄 리포터 이창명의 경우 원래는 개그맨 출신이지만 그의 다발총같은 거침없는 말솜씨와 순간적인 판단력은 실감나는 현장스케치와 함께 누가 되었던 인터뷰어를 맘대로 요리하며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이창명은 결코 잘생긴 외모라 할 수 없고 목소리가 좋은 편도 아니지만 틀에 박힌 격식을 허용하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기민한 대처 능력 등 그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이며 바로 그러한 점을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4백명 정도가 활동 중
한 때 TV리포터를 공개 채용하여 해당 방송사 소속으로 묶어두고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한 바 있으나 지금은 여러 방송국을 오가며 두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평소 특정방송국에서만 일하다가 리포팅 능력을 인정받아 타 방송국 제작자로 부터의 출연 제의를 통해 여러 방송국을 오가며 바쁘게 활동하는 리포터가 있는 가하면 초기에 잠시 활동하다가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으로 쉬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TV방송사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 인원을 정확히 산출해 낼 수 없는 이유는 제작자의 결정만 있으면 누구나 리포터라는 직함을 얻어 방송 일을 할 수 있으며 또 제작자의 결정에 따라 언제라도 방송 일을 떠나야한다는 현 제도상의 맹점, 그리고 한 명의 리포터가 2∼3개 방송국의 일을 겹치기로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난 해 가을 생활정보 프로그램인 KBS 2TV의 ‘생방송, 좋은아침입니다’를 맡고 있을 때 그러한 현실적인 여건을 충분히 감안한 상태에서 조사를 해 본 결과 현재 KBS, MBC, SBS 등 방송 3사에만 대략 110명 정도의 리포터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이들 매체의 지역방송국과 EBS ,iTV를 비롯한 케이블 TV까지 포함하면 모두 400여 명 정도의 리포터가 국내 방송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 중 70%정도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고 또 이들의 70%가 20대 연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 방송 3사에서 제작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200여 개에 달하고 그 가운데 20% 이상의 프로그램에서 리포터를 운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리포터 인원의 양적 증가와 활동 영역은 앞으로 더욱 늘어 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을 잘해야 하나
필자가 이들 리포터들을 대상으로 리포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9개 항목을 제시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해 봤더니 대부분이 내용 전달을 잘해야 한다(34%)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고, 임기응변에 강하며(25%), 표정과 제스처가 좋아야 한다(9.4%)고 대답했으며 기타 아이디어가 풍부하거나 개성이 독특해야 한다는 순으로 응답해 왔다.
반대로 시청자 이장에서는 어떤 유형의 리포터에 호감을 느끼는지 4개 항목을 제시하고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 본 바로는 표현력이 좋아야 하며(59%), 재미있게 전달해야 하고(23%), 표정과 제스처가 좋아야 한다(16%)는 순으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결국 TV리포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인이 아니며 적어도 위와 같은 방송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방송가에서 흔히 얘기하는 소위 ‘끼’가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단순한 전달자 차원에서 벗어 나 시청자의 생각보다 한 단계 위에서 시청자로 하여금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다분히 훈련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어낼 수 있다.
최근에는 프로그램 장르별과 내용상의 차이점을 생각하며 그 방면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분야별 전문 리포터를 선정하여 리포팅하도록 배려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그 경우에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위의 조사결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리포터가 어느 정도의 방송 감각과 숙련도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리포터 특유의 신선함과 유연성을 어필요소로 하여 현장 상황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생동감있게 스케치하면 시청자들은 그만큼 친근감있고 흥미롭게 프로그램을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바뀌어야 할 리포터 제도
좋은 의미에서 모든 것을 바꿔보자는 열풍이 불고 있다. 현재의 리포터 운용시스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 방송 제작 시스템에서 이들 리포터들이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인정받는 전문 방송 인력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지금은 그 과도기적 단계에 놓여있지 않나 여겨진다.
첫째는 리포터에 대한 방송 제작자들의 인식 전환이다. 이들이 제작 현장에서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방송 효과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어떤 리포터를 선정해서 프로그램에 운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할 것이다.
현재 TV리포터는 20대 여성으로 운용되고 있다. 제작 경험으로든 나이로든 또는 신분상의 이유로든 제작자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더구나 제작자는 이들을 마음대로 선정하고 배제시킬 수 있다. 좀 더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가히 생사영탈 권한을 쥐고 있는 셈인 것이다. 소위 잘 나가는 리포터는 그를 선호하는 제작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선택적으로 손쉽게 출연할 수 있음은 물론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제작자의 눈치를 살피며 처분만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제작자가 이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듯한 현상이 있어 리포터를 마치 자신의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들의 아이디어나 참신성 또는 현장 상황을 무시하고 사전에 작성된 원고만 고집한다든지 일방적인 지시만을 하는 구태의연함과 어떤 고정된 틀에 꿰어 맞추려는 억지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그램 내용 발전은 대개 자유분방한 상황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들의 능력과 입장을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TV리포터에 대한 방송사의 선정방식과 운용상태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리포터들이 공개적인 채용방식 대신 심지어 개인적인 인적관계 등의 방법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기용되고 있음은 비록 연출자의 고유권한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시청자를 무시하는 다분히 개인 취향의 권한 남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영화배우나 CF경우처럼 리포터 역시 전격적인 형식으로 발굴하여 기용할 수 있으나 그러한 경우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 속하고 최소한의 객관적인 검증 절차없이 제작자의 개인적 판단에 의해 운용되다 보니 제작자가 교체되거나 프로그램이 새로 편성되는 개편 시기에 따라 리포터가 수시로 도태되거나 다시 기용되는 사례가 빚어진다. 때문에 제작자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닌 프로그램 제작팀이나 관련 부서 내에서 또는 방송사 나름대로의 기준을 설정하여 공개채용 등의 방법으로 리포터를 선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그에 따라 프로그램별로, 아니면 방송사 공통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리포터의 참여에 의해 제작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리포터 활동에 따른 방송 효과에 비해 그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도 시정되어야 한다. 이들이 방송사로부터 받는 출연료의 경우 일반 출연자 수준과 거의 비슷하여 방송에 대한 애착이나 사명감 없이는 리포터 활동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 직업인으로서 안정적 활동이 보장되고 그에 따른 합당한 보수가 지급되어야 그들의 지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며 방송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유능한 리포터를 육성시키기 위한 교육 제도와 시설이 필요하다.
지금은 필요에 따라 수시 운용이 가능하다는 편리성으로 인해 대부분 연예인 중심으로 리포터를 활용하고 있으나 그들은 인지도가 있고 내용을 재미있게 이끌어 가는 장점 대신 시청자로 하여금 사고하는 자세를 키워준다거나 신뢰감을 심어주는 데는 아무래도 미흡한 점이 있다. 요즘 방송 인력만을 전문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설이 제법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리포터 직종을 겨냥해서 교육하는 곳은 불과 한 두 군데일 따름이며 그것도 MC나 아나운서 과정을 합하여 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제작자의 자율적 판단만으로 리포터가 선정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마다 리포터 지망자들을 널리 모집하여 그들 중 유능한 인물을 선발하는 제도가 확립되면 리포터만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커리큘럼이 등장할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서는 방송 현업에 종사하는 제작자 개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전문 리포터 양성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방송전문 사설 교육기관이나 대학의 방송 관련학과, 그리고 방송사에서 직접 설치 운영하고 있는 방송아카데미 등에서 의지를 갖고 잘 교육되고 훈련된 리포터를 배출시키면 상대적으로 방송 활동의 수요도 많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로는 TV리포터 스스로의 인식변화와 활동 강화다.
요즘의 TV프로그램 제작 형식은 교양이네 오락이네 하는 서로간의 장르가 없어지면서 버라이어티화 되어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각 방송사마다의 봄철 프로그램 개편에서도 ‘인포테인먼트’나 ‘엔포타큐’니 하는 새로운 개념의 복합적인 프로그램이 상당수 신설되었음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재미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는 리포터의 방송 참여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며 따라서 리포터의 수요와 활동 범위도 한층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은 방송 제작에 꼭 필요한 필수 제작요원 가운데 중요한 한 사람일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활동여하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 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리포터로서의 자리매김이 확실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리포터 스스로의 위상과 입지 강화를 위해 단결된 힘을 모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TV리포터를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성격의 조직구성이 필요하리라 본다.
라디오의 경우는 지난 1993년에 ‘한국방송여성리포터클럽’이라는 모임을 결성하여 자신들의 존재와 신분 등을 밖으로 널리 알리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 년에 한차례 정도의 친목 모임에 국한하고 있을 뿐이어서 리포터의 위상강화와 그들만의 고유영역을 확고히 구축해 나가기까지에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TV리포터들도 ‘TV리포터협회’같은 자신들만의 단체 구성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올바른 개념 정립과 입지를 체계적으로 다져 나갈 필요가 있고 그러한 응집력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방법 등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실천하며 또한 자신들에게 합당한 권리를 주장하는데 있어서도 합쳐진 힘을 바탕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여 가는 현명함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방송 현업에서의 리포터 운용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따라서 프로그램을 통한 리포터 활동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점차 가속화되어 가는 방송 환경의 혁신적인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만 존속되고 있는 듯한 방송 직종간의 폐쇄적인 분위기도 개선되어 현재와 같이 단순한 현장 리포팅에 머무르지 않고 리포터가 뉴스도 진행하고 MC도 맡아하는(실지로 리포터 출신으로 프로그램 MC를 맡아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역할 확대가 점차 가시화되리라 여겨진다. TV리포터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서로간의 벽을 허물어트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송 환경 변화와 함께 TV리포터로서의 확고한 직업의식과 긍지를 갖고 꾸준히 자기 개발을 도모해 나간다면 리포터를 대하는 시청자의 눈은 달라질 수밖에 없어 전문 방송인으로서의 위상이 보다 확실해질 것이며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의 다른 요소들과 상호 보완 또는 상승 작용으로 인해 더욱 흥이 있고 유익한 방송이 되리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 2000. 4 ‘저널리즘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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