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 밖의 눈을 보며 불쑥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생각났다. 거실의 넓다란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설경에 우리 가족 모두가 감탄하며 "우린 정말 좋은 집에 살고있다"는 공감을 갖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나도 평범한 사람이라 평소에는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는 내 아파트 가격이 다른 곳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아쉬워 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아들 녀석에게 큰소리 치다.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냐. 이게 어디 돈으로 계산될 문제냐?"
거실 안에는 부겐빌리아와 난꽃이 피어있는데 창 밖으로는 온통 은세계의 장관이었다.
눈을 얹은 아까시나무들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어제 아침부터 내린 눈이 채 녹지 않고 밤을 보낸 후 그대로 아침을 맞은 것이다.
아파트들은 은세계에 파묻힌 듯 하고...
집 뒤의 살구와 벚나무에도 새하얗게 눈꽃이 피었다. 불과 20여 일 후면 연분홍의 살구꽃이 피기 시작할텐데...
창 밖 풍광을 보며 표정이 밝아졌던 아들 녀석.
녀석의 발 아래엔 지난 해 농원에서 구입했던 화분에서 별꽃이 싱그럽게 피어났다.
이렇게 환한 봄인데 창 밖엔 왠 눈이냐는 듯....
- 2010. 3. 11(목)